2차 시공사 선정 입찰 유찰...수의계약 전망
적지 않은 공사비·우수한 입지에도..."사업성 낮아"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제6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근 개발구역과 비교해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되면서 관심을 보이는 시공사 없어서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입지가 우수한 서울 역세권 사업장이어도 일정 수준 이상 사업성을 갖춘 곳이 아니라면 시공사를 선정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공덕제6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진흥기업만이 참여했다. 지난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최한 2차 현장설명회에는 HS화성도 참석했으나, HS화성은 최종적으로 응찰하지 않았다. 1차에 이어 이번 2차 입찰도 유찰됨에 따라 조합은 추후 수의계약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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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 119번지 일대.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025.04.08 blue99@newspim.com |
HS화성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부 견적, 예과 등에 대해 아직 내부 심의를 진행하지 못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사업장의 여러 요소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덕6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9번지 일대 1만1301.4㎡에 지하 3층~지상 20층 공동주택 16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것이다. 전용 44㎡ 19가구·전용 59㎡ 80가구·전용 84㎡ 67가구 등 3개동이 건설된다. 총 공사비는 약 719억원 규모다. 3.3㎡당 약 899만원으로, 주거환경연구원이 조사한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장 평균 공사비(3.3㎡당 842만7000원)를 넘는 가격이다.
공덕6구역은 서울 지하철 5호선·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모두 지나가는 공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근처에 공덕초등학교, 동도중학교, 환일고등학교가 위치한다. 근처 이마트, 롯데아울렛 등 대형 유통시설과 마포공덕시장을 이용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적지 않은 공사비와 우수한 입지에도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마감된 1차 입찰에는 건설사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근처 공덕1구역이 재건축사업에서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과 손잡고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로 거듭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공덕6구역 재개발사업이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받는 데서 비롯된다. 166가구 중 일반분양이 155가구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애초 전체 가구 수가 적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 자체 상업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단지 내에 구축되는 대형 단지와 달리 소형 단지는 분양 경쟁력이 낮다. 청약 경쟁률 등 분양 성적을 신경쓰는 동시에 수익성을 관리해야 하는 건설사에게 공덕6구역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것이다.
근처 공덕7·8구역에서 재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것도 변수다. 공덕7구역 재개발사업은 공덕동 115-97번지 일대 2만9972㎡에 최고 26층 703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공덕8구역은 공덕동 11-24번지 일대 지상 26층 1564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둘 다 공덕6구역보다 사업 규모가 크다. 건설사가 공덕 지역 정비사업을 원한다고 해도 7·8구역이 아닌 6구역을 택할 이유는 적은 것이다.
공덕역 근처 공인중개사는 "최근 공덕 지역의 대세는 1구역이다. 6구역에 대해 묻는 손님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6구역은 재개발을 한다고 해도 워낙 규모가 작아 사람들이 관심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6구역이 7·8구역에 비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기는 하다"면서도 "공덕 지역 집값이 많이 올라 6구역도 분양가가 낮지 않을 텐데 차라리 근처 구축 매매를 택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사업성이 썩 좋은 사업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덕6구역뿐 아니라 향후 서울역세권 단지임에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성이 비교적 낮아도 입지가 좋다면 건설사들이 시공에 나섰던 부동산시장 호황기와 달리, 최근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분양자는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분양을 받지만 단지가 작으면 그 기대감이 낮다"며 "분양이 될 때까지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책이 불안정하고 정부의 대출 규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는 사업성과 입지를 면밀히 검토하며 선별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