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의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無"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 지 약 10년이 넘었지만,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오프라인 유통업을 포함한 지역경제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이 연 130만 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주한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는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주말 식료품 구매액 분석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일요일)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원)에 비해 낮았다.
![]() |
2015년과 2022년 요일별 평균 식료품 구매액 비교. [사진=한국경제연구원] |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들 닫더라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대신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면서 "구매액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과 202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식료품 평균 구매액을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에서의 구매액은 55% 감소했으며, 온라인몰 구매액은 20배 이상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업(대형마트·전통시장·슈퍼마켓)에서의 2022년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의 판매지수는 2011년 1분기 114.2에서 2024년 4분기 92.0으로 감소했다. 반면 인터넷쇼핑 판매지수는 2011년 1분기 21.8에서 2024년 4분기 135.3으로 급증, 2020년을 기점으로 인터넷쇼핑 판매액이 대형마트 판매액을 추월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곳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202곳이 폐업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인터넷 쇼핑이 대형마트를 대체하며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더 많은 소비자를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시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대형마트 의무휴업규제가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종교활동 보호를 목적으로 일요일 영업시간을 제한한 적이 있지만 점포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가 아니었고, 그마저도 소비환경 변화에 맞춰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일본 역시, 1973년 소규모 소매상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시행했으나, 소비자 불편과 유통업 불황으로 이를 2000년 폐지했다.
한경연은 단순히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식은 온라인 시장 성장과 소비자 행동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단편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단순 규제중심적 접근 대신, 디지털 기술 도입, 현대적 경영 기법 적용, 지역 커뮤니티와의 유기적 연결 등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유 연구위원은 "의무휴업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온라인,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