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미터 이상 초고층 재건축, 대공방어진지 설치 대상
주변 높은 건물 있을 시 구축 의무 없어
파크원타워·IFC 소재 여의도는 무풍지대 예상…압구정·성수 '최고층 눈치보기' 예상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 한강변 재건축단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고층 재건축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인 군 대공 방어진지의 해법은 230미터(m) 이하, 주변 높은 건물보다 낮은 높이가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70층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모두 대공 진지 구축이 필요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IFC와 63빌딩이 있는 여의도의 경우 대공 방어진지 없이 70층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초고층 건물이 없는 강남에서는 롯데타워와 가까운 곳을 제외하면 대공 방어진지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단지보다 낮은 층수를 지어 대공 방어진지를 피하려는 '눈치 게임'도 벌어질 것으로 진단된다.
15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정비계획에서 230미터 이상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는 국방부에 대공 방어진지 구축 대상이 되는 가운데 약 20~30% 단지에 대공 방어진지가 설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행 법령상 높이 77미터(위탁고도 기준) 이상 건물은 모두 군의 대공 방어진지 구축 후보건물이 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압구정의 경우 237미터 이상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만 대공 방어진지 설치가 본격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고 기준으로는 약 250미터가 된다. 다만 대부분 평지에 위치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특성상 건물 높이 기준으로 230미터가 넘는 건축물이 대상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 기준 위탁고도 237미터 이상 초고층 재건축 단지는 일괄적으로 대공 방어진지 설치 대상이 돼 군의 검토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 높이가 넘는다고 모두 대공 방어진지가 설치되는 것은 아니며 군이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추진하는 한강변 단지들에 대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1~2개 랜드마크 동을 최고 높이 250미터 이하에서 지을 것과 나머지 건물은 50~60층 규모로 지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즉 서울시 권고안대로 짓더라도 230~250미터 건물은 모두 대공 방어진지 설치 대상이 된다.
현재 높이 250미터(약 70~80층)규모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는 곳은 서울에서 강남 압구정과 여의도 그리고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있다. 당초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압구정2~5구역은 높이로는 290미터에 이르는 70층 재건축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언론보도를 통해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대공 방어진지 구축 의무가 알려지고 이어 서울시의 250미터 이하 권고안이 나오면서 이들 단지의 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압구정 2구역이 최근 서울시 권고에 따라 250미터 높이인 최고 65층 계획으로 선회했으며 다른 단지들도 서울시 권고안인 250미터 이하 높이로 변경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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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50미터 이하로 지어도 일단 대공 방어진지 설치 대상이 된다. 237미터를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높이에 짓는 경우라도 반드시 대공 방어진지를 지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주변에 이보다 높은 건물이 있으면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대공 방어진지가 설치된 건물의 주변 반경 3㎞ 이내에는 추가 설치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현재 대공 방어진지가 설치된 건물보다 다소 높더라도 기존 진지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면 다시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국방부 검토 과정에서 시야를 가리는 측면이 있으면 주위에 높은 건물이 있더라도 대공 방어진지를 지어야 한다.
서울에서 250미터를 넘는 건물은 모두 6개다. 554미터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여의도의 파크원타워1(333미터) 서울국제금융센터(IFC;283미터),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G동(263미터) 그리고 여의도 파크원타워2와 목동 현대하이페리온101동이 각각 256미터다. 여의도 63빌딩은 249미터로 250미터에 조금 모자라다. 이들 건물 주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230미터를 넘어 250미터에 이르더라도 이보다 낮게 지으면 대공 방어진지를 설치할 필요가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의 경우 대공 방어진지 설치 걱정없이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는 최고 높이 333미터인 파크원타워1과 283미터의 IFC, 249미터 63빌딩이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한양아파트 56층, 진주아파트 57층 등이 층수 계획을 설정한 상태며 최근 60층 재건축을 추진하던 시범단지는 65층으로 층수를 높였다. 다만 높이는 200미터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파크원타워1 및 IFC 근처에 있어 250미터 이하로만 지으면 대공 방어진지 설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시범단지는 이들 건물과 다소 떨어져 있지만 63빌딩과 가까운 만큼 현재 계획하고 있는 65층 재건축도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남의 경우 상황이 다소 달라진다. 위탁고도가 237미터로 이를 넘는 건물은 대공 방어진지 설치 대상이 되는 압구정 일대에는 250미터를 넘는 초고층 건물이 없다. 도곡동에 높이 최고 263미터의 타워팰리스가 있지만 압구정과는 거리가 멀다. 잠실 롯데타워가 554미터로 압도적인 높이를 보이고 있지만 압구정이나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는 6㎞ 가량 거리가 떨어져 있다.
특히 압구정 1~6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은 반경 3㎞ 안에 있기 때문에 이들 구역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은 대공 방어진지 설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이들 구역에서는 상대 단지보다 조금 낮은 높이의 건물을 지어 대공 방어진지 구축 가능성을 없애려는 '눈치게임'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6㎞ 거리에 있는 롯데타워가 워낙 압도적인 높이를 보이는데다 한강으로 인해 시야가 트인 만큼 230~250미터 이하 건축물은 대공 방어진지 구축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밖에 한강변 재건축은 아니지만 목동 신시가지도 오목교역 인근 목동 하이페리온이 250미터를 넘기 때문에 250미터 이하로만 재건축한다면 대공 방어진지 설치 우려는 없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공 방어진지 설치에는 그다지 큰 돈은 들지 않을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보고 있다. 대공 방어진지는 신축이 아니라 이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아파트 한채 규모를 무상임대해주는 것 외에 따로 소요되는 비용은 없을 것이란 게 서울시의 예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공 방어진지 설치는 초고층 건립시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250미터에 이르는 초고층 재건축이라도 모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대공 방어진지가 설치되는 곳은 20~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