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관세 제외…에스컬레이션 구조로 수익성 방어
AI·노후 전력망 수요에 북미 초고압 케이블 수주↑
LS·대한, 현지 공장 확대하며 관세 리스크 최소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예고했지만, 국내 전선업계는 예상보다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선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가 상호관세 제외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고, 가격 급등 시에도 '에스컬레이션(원가 연동형)' 계약 구조를 통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글로벌 인프라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구리값 11% 급등에도 '에스컬레이션'으로 실적 방어
15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 확대 및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반도체·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일부 품목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상호관세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전선업계가 다루는 핵심 원자재인 구리 역시 이 품목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당장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 |
LS전선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조감도. [사진=LS전선] |
관세 발효 전에 구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구리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지난 2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현물 가격은 9646.5달러로 2월 초(8685달러) 대비 약 11% 뛰었다.
업계는 오히려 이 같은 원자잿값 상승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전선사들은 대부분 원자재 가격 변동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거래 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단가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다. 공급 부담은 없애고 매출은 키울 수 있는 셈이다.
◆ AI 열풍·노후 전력망…미국서 커지는 수요
미국의 인프라 교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열풍과 전력망 노후화가 맞물리며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현지 전력망의 약 40%가 노후 설비로 추산되는 가운데, 초고압 전력 케이블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한전선이 지난해 확보한 전체 신규 수주 3조7000억원 중 북미 비중은 7300억원에 달한다.
![]() |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
국내 업체들은 미국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대신 현지 고용 창출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회피 수단이자 안정적인 수익 확보 전략이 된다.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까지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멕시코 케레타로주 공장에서 전기차 부품도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 내 수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선업계는 에스컬레이션 계약 구조와 현지화 전략이라는 이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AI 확산과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흐름을 감안하면, 트럼프식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성장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