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2조 규모 추경안 제시…재해재난대응 예비비 포함
수출기업 자금 25조 공급…전력 등 반도체산업 인프라 지원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연간 50만원…'상생 페이백' 신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당초 발표보다 2조원 늘린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제시하면서 '필수 추경'의 윤곽이 나왔다.
다만 정부 추경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3조원 증가한 15조원을 요구하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이 커졌다.
◆ 당초 발표보다 2조 증액…재해재난·통상·민생지원 등 '키워드'
정부는 필수 추경의 키워드로 재해·재난대응, 통상·인공지능(AI)경쟁력 강화, 민생지원 등을 제시했다.
먼저 재해·재난 대응 예산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재해대책비는 기존 5000억원에서 2배 이상 보강하고, 임대주택 1000호, 주택복구 저리 자금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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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장비 도입에도 나선다. 산림헬기 6대, AI 감시카메라 30대, 드론 45대, 다목적 산불진화차 48대 등을 도입한다.
이는 지난달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재해 예비비로 2조원 수준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거세지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비해 통상·AI 경쟁력 강화 예산으로 4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수출기업 등에 정책자금 25조원을 지원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기업도 2배 이상 확대한다.
AI분야에는 1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데,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확보에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AI혁신펀드도 기존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린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기존 지원 재정을 26조원에서 33조원으로 확대한다. 전력, 용수 등 반도체산업 인프라 구축도 신속 지원한다.
고금리·고환율을 겪는 내수 회복을 위해 4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소상공인이 공공요금 납부에 사용할 수 있는 부담경감 크레딧을 연간 50만원 수준으로 지원한다.
또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사업자가 전년 대비 증가한 카드소비의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을 신설한다.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자금으로 2000억원을 확대해 경제 취약계층 지원도 뒷받침한다.
◆ 정부 추경안에 민주당 '찔끔 추경' 지적…시점이 중요
정부의 12조 추경안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국회 통과 시점은 아직 미지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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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의 추경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안 발표 직후 추경 규모를 15조원까지 3조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추경안을 두고 "필수 추경이 아닌 찔끔 추경에 불과하다"며 "경기침체 극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 발표 전 35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대정부질문에서 35조원 규모 추경을 강하게 요구했다.
안 의원은 "국내총생산(GDP) 갭(실제 GDP와 잠재 GDP 차이) 해소를 위해선 최소 35조원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12조원에 그쳤다"며 "실질효과는 0.12~0.16%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하는 시도를 할 경우, 통과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추경안을 산불 피해복구 등을 고려해 15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게 적절하다"며 "지금 중요한 건 시기다.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은 한 번에 편성할지, 두 번으로 나눠서 편성할지의 문제"라며 "규모와 시점보다는 AI, 양자, 컴퓨터 등 신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대출이 아닌 직접 투자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