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너무 비대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논의"
금융정책, 기재부로 넘기고 감독·소비자보호 집중
금융정책·감독·소비자보호로 '3권 분리' 형태 개편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6.3 조기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권교체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이 금융당국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 금융위원회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금융감독원과의 통폐합을 통해 시장 건전성 감독에만 집중시킨다는 복안이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지만, 조직 자체를 신설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당국의 규모와 역할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21대에서 22대 국회를 거치며 당내 공감대를 형성한 '금융당국 개정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을 분석해 민주당 집권시 금융감독당국의 변화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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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04.16 peterbreak22@newspim.com |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와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부, 전부 포함)은 총 16건이다.
◆금융위 대폭 축소, 금융정책 기능 기재부로 이관
이중 금융당국 기능 및 조직 개편을 담은 개정안은 21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2021년 9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2021년 10월)과 22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2024년 9월) 등 총 3건이다.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없다.
3건의 개정안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기형 개정안에서 시작된 금융정책·감독 기능의 '분리와 집중'을 이용우 전 의원이 구체화했으며 이를 다시 김현정 의원이 재발의한 형국이다. '민주당 금융당국 개편안'이 21~22대 국회를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무총리 소속의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 후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현 금융당국의 기능을 시장감독에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산업 육성을 위해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접근이다.
금융정책을 기재부로 넘길 경우 현 금융위 기능과 규모는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기재부 권한이 더욱 막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민주당은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정부로 나눠 이같은 논란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총 9인으로 구성되며 특히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한다. 사실상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폐합 수순이다.
기존 금융감독 기능에서 소비자보호를 따로 분리해 강화하는 점도 눈에 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최근 홍콩ELS, 티몬·위메프 사태 등 날로 커지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는 역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배치되고 금융소비자보호위원장이 금융소비보호원장을 겸임한다. 금융소비자보호위 역시 9인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임명한다.
◆금융감독, 소비자보호에 집중...대규모 조직축소 불가피
민주당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금융감독 기능을 전담하는 금감원은 감독 수행 기구로 역할이 크게 축소된다. 금감원장 역시 금융감독원장이 겸임하기 때문에 조직적인 구심점도 사라진다.
여기에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 설치됨에 따라 조직 구성도 변화를 맞게 된다. 건전성 관련 감독 및 검사 기능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현 원장 1인, 부원장 4인(수석부원장 포함), 부원장보 9인 체계는 부원장 2명과 부원장보 3명 이내로 축소된다.
대신 분리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은 부원장 3명, 부원장보 6명 등 현 금감원에 준하는 규모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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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및 캠프 인선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5.04.11 mironj19@newspim.com |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되는 금융안정협의회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업무를 조율하고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별도의 협의 기구의 역할을 맡게 된다.
종합하면 민주당이 21~22대에 거쳐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편안은 현 금융당국을 정책과 감독, 소비자보호라는 3대 축으로 분리해 정책은 이관(기재부)하고 금융당국은 감독과 소비자보호에만 집중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21대 국회는 물론 22대에서도 당내 공감대를 기반으로 추진된 사안이다. 따라서 조기대선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의 대규모 축소는 원안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기능이 대폭 축소되는 금감원을 지금처럼 준 정부기관으로 운영할지, 아니면 민간으로 업무를 이관할지 여부 정도다.
다만 이 개정안은 여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어느 수준에 합의에 이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용우 전 의원은 "금융위가 너무 비대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논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정책은 기재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다. 산업 육성은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하면 시장이 알아서 성장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현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에 너무 취약했다. 그간 정말 많은 사건, 사고로 피해를 본 사람이 수두룩하다. 금융당국 본연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