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차입자, 아파트 가격 상승 3개월 후 최대치 찍어
집값 상승률 높을수록 수도권 30~40대 '영끌러' 많아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집값이 오르거나 기준금리가 내리면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영끌 대출로 인한 경기 퇴행을 막기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의 여신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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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차입자 비중 추이. [자료=한국금융연구원] |
2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약 220만명의 주담대 차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끌 차입자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0.5~7.1% 범위에서 등락했다. 여기서 영끌 차입자란 주담대 차입 6개월 전후로 신용대출 등 이용 가능한 타 대출을 신규로 또 받은 사람을 말한다.
시기별로 보면 2008~2015년에는 영끌 차입자의 최대 비중과 최소 비중의 차이가 6.61%포인트(p)였으나, 2016년 이후에는 4.33%p로 변동성이 축소됐다. 차입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을 사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강해졌다는 의미다.
영끌 대출 비중은 아파트 매매가 상승 3개월 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하락 5개월 후에 각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끌
현상이 각종 경제 지표 변동 대비 1~2분기 후행하는 셈이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두 자리 수대를 이어갔던 2020년 7월~2022년 4월의 영끌 차입자 특징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차입자가 49.5%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전체 영끌 차입자의 84.5%가 DSR 50%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끌 현상이 심화될수록 가구별 상환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 회복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1%p 상승하면 차주의 소비 지출은 평균 2.2% 하락하는데, 추가 대출이 어려운 금융 제약 하에 놓인 차주일 수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환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대출을 받는 관행이 정착되려면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DSR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 위원은 "영끌 차입자 대부분이 DSR 50% 이하였음을 감안하면, DSR 규제가 영끌 현상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관리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