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최근 10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과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30일 발표한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분석' 감사보고서에서, 기술개발 목표 수준이 낮고 평가체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등 10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에 대한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R&D 투자 규모는 2012년 16조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 확보 등 질적 성과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감사원은 연구개발 목표 설정, 투자 효율성, 성과 평가체계 등 전반을 점검했다.
기술개발 목표 수준을 나타내는 기술성숙도(TRL) 지표 분석 결과, 대부분의 과제가 기초 연구나 실험 단계(TRL 1~4)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책연구사업과 혁신·도전형 R&D사업조차 TRL 5~6 단계(시작품·실증) 비중은 각각 9.6%, 8.3%에 그쳤으며, 전체의 80% 이상이 TRL 4 이하에 머물렀다.
![]() |
서울 종로구 감사원 [사진=뉴스핌DB] |
이로 인해 국가R&D가 과제 성격에 맞는 기술완성도 차별화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연구와 국책연구, 도전형 R&D 간 경계가 모호한 구조 속에서 실질적 성과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책연구사업 23개 중 20개(87%)의 평균 TRL이 4 이하로 분석됐다.
성과 평가 시스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과기부가 자체 운영 중인 98개 핵심 성과지표를 분석한 결과, 연구단의 99.8%가 '목표 달성'으로 보고했지만,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실적이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 가운데 성과지표 자체를 하향 조정한 뒤 달성한 것으로 보고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또한, 과기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확보 여부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계획하고도 이를 실제로 시행하지 않는 등 감독 기능 역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적 성과 측면에서도 부진했다. 삼극특허(미국·유럽·일본 동시 출원 특허) 비율은 전체 특허의 1.9%로, 민간 평균 3.7%에 크게 못 미쳤다. 논문 기여도도 낮아, 연구비 1억원당 SCIE급 논문 수는 0.58건에 그쳤다. 이는 주요국 평균(0.71건)보다 저조한 수치다. 기술이전과 관련된 기술료 징수 실적 또한 최근 5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감사원은 기획·선정 단계부터 기술완성도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 연계 강화, 민간 전문가 참여 확대, 실패를 장려하는 성과관리 체계 개선 등을 주문했다. 특히 성과 달성 여부를 명확히 평가하되, 도전적 연구의 특성상 실패를 감점이 아닌 우대로 반영하는 방식의 평가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과기부 장관에게 향후 국가 R&D 정책 수립과 추진 전반에서 실증 분석 결과를 참고해, 혁신성과 도전성을 높이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