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가로주택정비사업·모아타운 등에서 두각
친환경 분야 확대하는 한편 공공공사만 노리기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중견 건설사가 원가 상승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에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형사가 진입하지 않는 빈틈을 노리거나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수익성이 담보되는 공공 사업에 집중하며 불확실성 극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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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요 중견 건설사 소규모 재건축 수주 현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어' 사이 펼쳐진 블루오션… 소규모 재건축 노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올해 소규모재건축을 통해 정비사업 수주 마수걸이를 했다. 부산 북구 ▲일동파크맨션 소규모재건축 ▲정남아파트 주변 가로주택정비사업 ▲덕천동 365-26번지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총 3개 단지를 묶어 466가구 규모 아파트로 다시 짓는 '통합 가로주택사업' 시공권을 따낸 것. 사업비는 약 1700억원 규모다.
HJ중공업 건설부문도 3월 말 부산 연산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손에 넣었다. 공사비 약 71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지하 3층~지상 29층, 총 2개 동 166가구의 소규모 아파트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HJ중공업 건설부문은 지난해에도 부천 신한일 가로주택정비사업(654억원), 부산 대림비치 소규모재건축(674억원)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다수의 수주고를 올린 바 있다.
동문건설은 1분기 전국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소규모 정비사업 사업지 중 신축 가구수가 283가구로 가장 많은 서울 금천구 청기와훼미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공사금액은 950억원이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중랑구 면목역2의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266가구)은 올 1월 BS한양이 수주했다. 사명 변경 후 처음으로 수주한 수도권 정비사업이다.
중견 건설사 사이 경쟁이 이뤄지는 사업장도 있다. 이달 강동구 천호동 145-66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256가구)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동부건설과 한신공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합은 6~7월 사이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공공공사로 눈을 돌린 회사도 적지 않다. 정부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올해 신규 공공공사 발주 규모를 55조원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7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발주한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공공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는 동부건설이다. 지난해에만 5250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했다. 공공부문 공사 수주액 순위로 보면 대우건설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경기 평택고덕 A-56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에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 총공사비는 1043억원 규모다. 2월에는 인천발 KTX 송도역 증축 프로젝트를 따내며 37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발주처는 국가철도공단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공공공사 분야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플랜트 등 신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은 올해 첫 수주고를 공공 부문에서 올렸다. 노후화한 충남 태안군의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를 신규 천연가스발전소로 대체하는 2200억원 규모 공주 천연가스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같은 발전소 1호기 대체사업인 구미 천연가스발전소 건설공사도 금호건설이 진행하고 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최근 공공 수주에서 지속적으로 잔고를 쌓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이익률 역시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건설에서 환경으로… 포트폴리오 방향 튼 회사도 적잖아
환경 부문에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회사도 눈에 띈다. 코오롱글로벌은 반도체 수처리와 풍력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개발에 성공해 국내 하수·폐수처리장 70여곳에서 사용 중인 '저에너지 분리막(멤브레인) 수처리 기술'을 반도체 수처리에 활용할 방침이다.
풍력발전을 통해서도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 왔다. 현재 경주풍력 1·2단지(37.5㎿), 태백 가덕산 1·2단지(64.2㎿) 등 전국 7개 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평창 횡계, 태백 하사미 등에서도 새로운 풍력발전소를 시공할 준비 중이다. 강원 태백시에선 시민들로부터 17억원의 펀드를 모집한 뒤, 발전소 수익 일부를 돌려주는 주민참여형 모델을 도입하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 확대를 건설시장 침체 극복, 산업건설 분야의 실적 개선, 미래 사업영역 확장의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아이에스동서는 폐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 2분기부터 자회사 BTS테크놀로지가 폴란드에 세운 폐배터리 셀·모듈 전처리 전용 공장이 공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에도 새로운 2차전지 재활용 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 해체부터 회수소재 제품화까지 한꺼번에 가능한 폐배터리 재활용의 전 과정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재활용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럽연합(EU)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블루오션'을 노리는 업체도 상당하다. 한신공영은 지난달 창사 최초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약 387억원 규모의 제약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총공사비 703억원 중 한신공영 비중은 386억5600만원(55%)다. 한신공영이 노리는 또 다른 해외 사업지는 캄보디아다.
2015년부터 꾸준한 수주에 나선 결과 현재 21번·22번 국도 개선 공사 등 5개 도로 건설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해 상반기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캄보디아 인프라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 확장을 위해 전략적인 수주를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미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내 용지를 매입, 지난해 주상복합 '더보라(The BORA) 3170'(262가구)을 준공했다. 국내 건설사가 미국에서 토지 매입부터 자금 조달, 시공, 임대까지 모두 도맡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월 두 번째 공동주택인 '더보라 3020'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고, 6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노후 주상복합건물의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건설 업황 악화에 따라 본격적 회복세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중견 건설사의 내실 강화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외형적 성장보다는 각 사 핵심역량에 기반을 둔 안정 지향적인 수주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기업이 있는 경우 관계사 등의 발주사업 참여를 통해 일정 수준의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사적인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