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지방의원 대상...의정활동 소송비 지원 조례 발의
심급별 500만원 이내...기준 모호해 타 시도의회서도 논란
시민들 "우리 세금으로 의원들 송사 감당하나" 강력 반발
[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세종시의회가 이른바 '셀프 특권'으로 불리는 조례를 발의하면서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이는 전·현직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의정활동 중 발생한 소송비를 시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도 우리 세금으로 의원들 송사까지 감당해야 하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현 세종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5일 제96회 정례회 의정브리핑을 통해 '의원 및 공무원 등의 소송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입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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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김영현 세종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의정브리핑을 통해 제96회 정례회 입법 조례안을 설명하고 있다.2025.05.16 jongwon3454@newspim.com |
해당 조례안은 임채성 의장의 대표발의로 지방의원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의정활동 중 수사를 받거나 기소·피소 또는 민사소송 피고가 된 경우 소송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종시의회 의원과 의회사무처 소속 공무원·근로자 등의 원활한 의정활동이나 직무수행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릴 경우, 개인이 아닌 공적 책임 차원에서 소송비용을 시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소송 비용은 징계 절차, 수사 또는 소송이 끝난 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된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패소가 확정된 경우와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등은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의정브리핑에서 <뉴스핌>이 조례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영현 위원장은 "의정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을 대변하고 편의를 위한 일을 했을때 발생한 실수에 대한 비용은 지원해줘야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며 타당성을 부여한 후 "조례를 제정하는 시의원들이 모두 법 전문가가 아닌만큼 보호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안건을 확정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 반발 등 역풍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인식이 한 편으로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원활한 의정활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 문제다.
의장이 적법한 의정활동 및 직무수행에 해당한다고 인정만 하면, 의원이 퇴직 후 발생한 사건도 예외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투명성 시비에 더해 시민 눈높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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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의원 및 공무원 등의 소송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임채성 의장이 의정브리핑을 통해 정례회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5.05.16 jongwon3454@newspim.com |
심지어 형사상 고소·고발 또는 기소 전 수사기관의 참고인·피의자 조사 등을 포함해 각 심급별로 500만 원 이내의 금액이 지원한다는 계획은 시민 혈세를 낭비할 소지도 크기에 더 심각하다.
이전에도 경기, 경남, 창원을 비롯한 다수 시·도의회에서도 해당 조례안을 입법했으나 지방의원에게 국회의원과 같은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의회에서 자체적으로 시민 세금을 인용한다는 소식을 접한 세종시민들은 어이없다 못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세종시의 한 40대 시민은 "내가 낸 세금으로 왜 의원들 송사까지 책임져줘야 하느냐"며 "소송이 걸리지 않을 일을 애초부터 안할 생각 해야지 일 치고 세금 축낼 방법만 고민하다니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20대 시민은 "시민 소송 비용도 세종시의회가 내줄 거냐"며 "송사 비용을 세금으로 내줘야 할 만큼, 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단 생각이 든 적도 없다, 당장 발의를 포기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한편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제4대 의회 과정에서 의정활동으로 인한 의원 소송 건은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jongwon34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