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 병합 요청 기각…"병합 여부는 재량"
"관련자 일부 중복될 뿐 형소법상 관련사건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을 사전 지원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재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을 병합하지 않고 별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수석의 3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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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두 사건 공소사실은 구성요건을 달리한다"며 "이 사건은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이 중진공 이사장 내정자인 이상직이 이사장이 되도록 사전 지원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고 문 전 대통령 사건은 이상직이 중진공 이사장이 된 이후 일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딸과 사위에 대한 주거비 제공과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대가관계로 뇌물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 공소장에 조 전 수석의 공소사실 내용은 경과사실로 기재됐고 범죄사실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두 사건은) 관련자들이 일부 중복될 뿐 형사소송법 제11조의 관련사건이라 볼 수 없고 변론병합은 법원의 재량이지 의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건의 쟁점이 달라서 관련자들의 중복이 있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 증언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제11조는 ▲1인이 범한 수죄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수인이 동시에 동일장소에서 범한 죄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위증죄, 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 등을 병합 심리가 가능한 관련사건으로 규정하는데 문 전 대통령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 전 수석 사건은 재판부가 그대로 심리하고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에 배당된 문 전 대통령 사건은 해당 재판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사건은 아직 첫 공판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달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상직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고 4개월 뒤인 같은 해 7월 항공 분야 경력이 없던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소재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임원으로 채용됐다.
당시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와 주거비 등 2억여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을 지원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고 지난달 25일 열린 조 전 수석의 재판에서 "문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수사해 증거와 쟁점이 동일하다"며 두 사건의 병합을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변론병합 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내고 두 사건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관련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병합 반대 입장을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