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28일 예고한 파업을 유보했다.
파업에는 서울 시내 389개 노선에서 운행 중인 버스 7000여대가 동참할 것으로 추산됐다. 당장의 출근길 대혼란은 피했지만, 파업 가능성은 여전하다. 노사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향후 쟁점 사안들을 중심으로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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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사회부 차장 |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표면적으로 임금 인상률과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노사 교섭에서 기본급 8.2% 인상과 정년 만 63세에서 2년 연장 등 쟁점만 놓고 보면, 파업에 돌입하지 않더라도 예년처럼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는 사안들이다.
다만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에 대한 해법을 놓고 양측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과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인상 폭이 최대 25%에 달한다며 통상임금 수준을 낮추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추가 재정 부담이 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노조는 통상임금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데다 법원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노조는 소송 등 법률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러한 대치 형국은 노사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일련의 과정에서 노사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부산 시내버스 노사는 성과상여금과 하계 휴가비를 폐지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기사들의 총임금은 10.48% 상승하게 된다. 정년은 만 63세에서 1년 연장했다.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에 대한 해결책이 사실상 첫 사례로 나온 만큼 정년연장 등 서울 버스 노사도 교통 약자의 불편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들 쟁점에 대한 갈등보다는 노사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해 통상임금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얘기다.
버스운송 서비스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서울 시내버스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연간 약 2조원의 운송원가 중 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노사는 이제라도 왜 지원을 받는지, 마음대로 버스를 멈춰 세워도 되는지 곱씹어 봐야한다. 시민의 막대한 불편을 담보로 한 명분 없는 파업 대신, 마음의 빗장을 열고 '깜짝 협상타결'을 이끌어내길 바란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