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어 캐나다도 규제 완화 추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과 유럽에 이어 캐나다도 바이오시밀러 허가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임상 3상 시험을 생략하는 것이 핵심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캐나다 보건부는 최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보 및 제출 요건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9월 8일까지 업계 의견을 받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도록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 |
삼성바이오에피스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기존에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비교 3상 임상을 실시하도록 규정해왔으나, 이를 생략하겠다는 취지다. 적응증 승인 기준도 완화된다. 그동안 필요한 경우 특정 적응증에 대한 '추가 임상 데이터'를 요구했으나, 개정안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유사성만 요구하겠다고 명시했다.
다만 참조의약품에서 '관련 안전성 및 효능 정보'를 포함해야 하는 요구 사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바이오시밀러에 의해 생성된 비교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캐나다의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조치는 앞서 미국과 유럽이 밝힌 정책 방향과 흐름이 같다. 앞서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성 요건을 완화하는 '바이오시밀러 레드테이프 철폐법'을 제출했다.
법안의 주 내용은 '공중보건서비스법'을 개정해 참조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상호 교환되도록 간주하는 것이 골자로, 절차를 간소화해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경쟁 촉진과 승인 절차 간소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유럽 또한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 간소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4월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규제 승인 과정에서 요구되는 임상 데이터의 범위를 축소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임상 1상에서 확보한 구조적·기능적 비교 유효성과 약동학(PK) 자료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유사성이 입증될 경우 3상 없이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EMA는 "특정 임상 데이터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및 평가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효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 승인 시 임상 3상이 생략되는 방안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수월해지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3상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줄어들며, 이를 오히려 R&D 투자 비용에 투입해 파이프라인 확장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셀트리온은 이미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에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총 22종의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인 가운데, 완화된 규제 조치에 따라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설립 이후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20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과 유럽 시장 등에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임상 3상은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인데, 주요 선진국들이 이를 생략 가능하도록 방향을 잡으면서 국내 기업들에는 분명한 기회가 열렸다"며 "절감된 비용을 차세대 제품 개발에 재투자하면,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