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예실차 손실에 보험수익성 하락…신용도 '경고등' 켜져
K-ICS 비율 하락도 부담…"수익성·자본적정성 모두 개선 시급"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현대해상이 반복되는 예실차 손실과 보험 수익성 악화, 지급여력 비율(K-ICS·킥스) 관리 부담 등으로 인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보험금지급능력평가와 후순위사채 신용등급 자체는 'AAA', 'AA+'로 각각 유지됐지만 하향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해상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및 후순위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업황 악화 때문이 아니라 현대해상의 고유한 수익성과 건전성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FRS17 회계제도 도입 이후 드러난 구조적 한계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 |
서울 종로구 현대해상 사옥 [사진=현대해상] |
특히 한신평은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현대해상에서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예실차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수익률(예정이율)과 실제 수익률 간의 차이를 뜻하며 수익성 저하의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해상은 장기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높고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돼 있지만 보험 부문의 이익변동성이 확대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약화됐다"며 "이익변동성은 업계 공통의 계리 가정 변경 외에도 지속되는 예실차 손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손해율 변화가 보험료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해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킥스 비율 하락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2022년 이후 누적 2조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킥스 비율은 2023년 3월 말 178.6%에서 같은 해 말 157.0%로 하락했다. 2024년 3월 말에는 자본성증권 발행 등의 영향으로 159.4%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조정, 장기 보장성 리스크 확대, IFRS17 구조 하에서 계리적 부담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킥스 비율에 대한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신평은 향후 등급 전망 회복을 위해 ▲시장 지위 제고 ▲수익성 안정화 ▲지급여력 비율 개선 ▲ALM(자산·부채관리) 전략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거나 지급여력 비율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급 자체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연구원은 "현대해상의 시장 지위, 신계약 유입 실적, 이익 창출력, ALM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인 자본적정성 흐름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해상이 세계 최대 보험전문 신용평가사 에이엠베스트(A.M.Best)로부터 2017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을 받았다가 다음해에 바로 '안정적'으로 원상복구된 사례가 언급되기도 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한신평에서 전망을 하향해도 현재 신용등급(AAA)이 바로 하락되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원상복구될 수 있도록 수익성 제고 중심의 전략 방향을 유지함과 동시에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