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급전 창구 막았다가 '소득 3500만원 이하' 조건 완화
금융 취약계층 불안 가중..."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카드론을 둘러싼 잇따른 방침 변경으로 금융권과 서민층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분류해 총량 규제에 포함시켰다가 하루 만에 저소득층 대상 일부 예외를 인정하면서 정책 혼선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일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에 카드론을 연 소득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신용대출에 포함시킨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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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시내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2025.04.21 choipix16@newspim.com |
이는 주택담보대출, 은행 신용대출에 카드론까지 더해 '영끌' 매수에 나서는 수요를 차단하려는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카드론에 의존하는 저신용·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을 가로막는 셈이 됐다.
카드론은 통상 최대 한도가 5000만 원이지만 실제 평균 이용액은 800만~1000만 원 수준으로 긴급 생활자금 용도로 활용하는 서민층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일괄적인 총량 규제가 서민 대출까지 억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하루 뒤인 지난 2일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카드론이나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경우 총대출 한도 산정에서 제외하겠다는 보완 지침을 내놨다. 아울러 상속 등 불가피한 채무 인수나 결혼·장례·수술 등 긴급 자금 수요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카드론은 그간 감독 기준상 '기타 대출'로 분류돼 왔다. 실제 지난 5월 금융위가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방안'에서도 카드론은 기타 대출로 간주돼 대출 잔액과 무관하게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는 등 규제 강도가 높았다. 이번 정책에서는 갑작스럽게 '신용대출'로 분류가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와 금융기관들은 이에 따라 카드론을 포함한 총대출 한도 산정 방식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즉각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규제 변경으로 적잖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전 준비 없이 유권해석과 예외 조항이 오락가락하면서 금융권과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보다 정교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