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실상 대출 중단에 유주택자 이사 수요도 대출 못받아
대책 전 대비 최대 80%까지 대출 건수 줄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및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부동산담보대출 제한 조치가 시행된 한 주 동안 은행권 대출이 사실상 '올스톱' 현상을 보이고 있다.
6억원 이하 대출의 경우도 대부분 은행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중도금 집단대출의 대출 전환도 봉쇄된 상황이 되자 수분양자와 전세 임대인, 임차인을 위시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 상황에서도 새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별도 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 발표 이후 한 주 동안 은행권 부동산담보대출은 대부분 은행 심사를 넘지 못하며 사실상 중단에 가까운 상황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지점의 경우 대책 시행 이전에 비해 주담대 승인 건수가 8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 시행 이후 주담대 신청 자체가 크게 줄기도 했지만 신청된 주담대도 대부분 심사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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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조치 시행 이후 각 은행권이 사실상 주담대 실행을 대폭 줄인 가운데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기존 대출 수요자까지 조치 대상이 되면서 '선의의 피해자'도 대폭 발생할 전망이다. 사진은 30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모습 [사진=뉴스핌DB] |
수요층은 블안감이 크다. 지난달부터 이사를 준비했던 한 대출 수요자는 "1주택자인데 집을 바꿔 이사하려 3억원 정도를 대출받을 계획이었지만 정부 대책 시행 이후 은행에 문의해보니 다들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가계 대출 '제한'을 지시하면 은행권은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이같은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앞선 사례에서는 제2금융권은 배제되거나 새마을금고와 같은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 금융권과 같은 '우회 대출로'가 있었고 시공사 등의 보증으로 대출을 끌어올 수 있는 경우는 제한을 하지 않아 '숨통'은 열려 있었다. 반면 지금은 우회 수단을 완전히 막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수요자들의 충격은 더욱 큰 상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 발표시 '우회 주담대'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선의의 피해자'도 대폭 늘어날 태세다. 자녀 학교 등 좀더 나은 주거환경을 가진 곳으로 이사하거나 집을 넓혀 옮기려는 정상적인 이사수요도 대거 대출 심사에 가로 막힌 상황이라서다. 한 대출 수요자는 "무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맞춰도 사실상 원하는 액수의 대출을 못받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출이 안되는 상황인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은 강화된 은행의 심사 때문에 발생한 사례"라며 "6억원 안에서도 대출이 안된다는 점은 DSR 같은 심사요건이 있어 당국으로선 정확한 사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여신심사위 등에서 사유별 보기 때문에 현장의 판단이 정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은행 주담대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만큼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초유의 주담대 제한 조치에 따라 아파트 거래도 대폭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관장에 따르면 7월1일부터 6일까지 약 6일간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43건이다. 이는 6월 한달간 거래량인 6979건의 약 2% 수준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7월 거래량은 700여건으로 6월 거래량의 10%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의 월간 주택거래량 수준이다.
전세 거래량은 1일부터 6일까지 746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한달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 134건으로 7월 전세거래량 역시 6월의 40% 선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주담대 제한조치의 단기 목적인 주택 거래 저하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엔 신규 수요가 아닌 기존 수요도 함께 억제한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