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출발부터 '삐그덕'"
손회장의 AI 투자는 여전히 '뒷북' 평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기 위해 추진 중인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발표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본격적인 출발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단독 보도를 통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아직까지 데이터 센터와 관련된 단 하나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WSJ가 접촉한 소식통들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공동 주체지만, 어디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지 등 주요 조건을 놓고 이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당초 1000억 달러를 즉각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는 2025년 말까지 오하이오에 소규모 데이터 센터를 하나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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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발표 자리에 함께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블룸버그] |
매체는 스타게이트의 지지부진한 출발은 그간 수십억 달러를 AI 분야에 투자해온 손 회장의 야심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AI 분야의 빠른 진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오랫동안 애써왔지만, 여전히 '뒤쫓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로, 소프트뱅크는 이로 인해 신규 부채를 떠안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큰 베팅에 나섰다.
이 투자와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손 회장은 AI 인프라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자 했다.
하지만 올트먼은 별도로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챗GPT와 같은 오픈AI의 차세대 제품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자 소프트뱅크 없이도 독자적으로 데이터 센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실제로 올트먼은 오라클(Oracle) 및 코어위브(CoreWeave)와 별도 계약을 맺어, 스타게이트가 당초 약속한 수준의 컴퓨팅 능력(5GW)에 근접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확보했다.
오라클과의 계약은 3년 후부터 매년 300억 달러 규모, 총 4.5GW에 달하는 연산 능력을 제공하며, 이는 후버댐 2개 분량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반면 손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초대형 스타트업 펀드(총 1400억 달러)를 조성해 AI 관련 기업을 발굴하려 했으나, 챗GPT 출시 전까지는 오픈AI를 포함한 주요 AI 기업들을 모두 놓쳤고, 위워크(WeWork)와 건설 스타트업 카테라(Katerra) 등 투자 실패 사례도 겪었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균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원하는 SB 에너지 부지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양측은 최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올트먼이 소프트뱅크와 무관한 데이터 센터들에도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을 사용해 상표 문제에서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