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李 후보 당시 "사회적 합의, 매우 어려운 주제"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지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이 메워지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이들은 여성의 권리와 인권 보호를 주장하지만, 입법을 우려하는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낙태죄 입법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이 여러차례 발의됐으나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낙태죄 입법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4일 심사단계에서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낙태죄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조치로서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에 관한 부분을 삭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 ▲수술 뿐만 아니라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 임신중지가 가능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포함됐다.
![]() |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 기획단이 10일 오후 서울 보신각에서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잘될 때까지" 집회를 열고 있다. 4.10 공동행동은 온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해 유산유도제 즉각 승인, 건강보험 보장,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구축을 촉구했다. 2022.04.10 leehs@newspim.com |
앞서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수 차례 발의됐지만 표결되지 못해 계류 끝 폐기를 거듭했다.
낙태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입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공전을 계속하고 있다.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이들은 여성의 권리와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관련 입법을 우려하는 이들은 주로 태아의 생명권 보호 문제를 얘기한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이번에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등록의견을 보면 24일 기준 약 4만4000여건의 의견들이 등록돼 있다. 찬성 의견을 밝힌 작성자들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해달라' 등 내용을 작성했다. 반대 의견 작성자들은 '생명 경시 풍조가 우려된다' 등의 내용을 작성했다.
22일에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개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는 ▲임신중절의 허용 한계 삭제에 대한 재논의 ▲건강보험 적용·의약품 도입 등은 국민적 합의 전제로 신중히 접근할 것 ▲태아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할 것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윤리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입법 추진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9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정책 부재는 여성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임신을 중지할 권리'는 유엔여성차별철폐 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서 여성의 주요 권리로 명시되고 있음에도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며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보편 제공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등을 권고했다.
지난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낙태죄 입법 방향에 대해 "법률이란 사회적 합의인 것인데 그게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일이면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즉시 입법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합의에 이르기 매우 어려운 주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중하게 국민들의 뜻을 살펴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앞서 발의된 개정안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낙태 관련 법 공백은 더 길어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법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약물 부작용과 생명윤리 문제 등 관련 법안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만큼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
낙태죄 입법공백이 길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정안에 대한 찬성·반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