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세제개편안, 이르면 이달 말 발표
여당·대통령실, 종부세 개편 부담…안담을듯
공시가율 60%→최소 80%상향 카드 유력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하는 '2025 세제개편안'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은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0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이 정권에 따라 널뛰면서 주택시장 변동성을 끌어올렸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율)을 현행 60%에서 최소 8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한 '핀셋 개편'이란 해석이 나온다.
◆ 세제개편안 막바지 작업…종부세 과표·세율 제외하기로
2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 세제개편안'을 보고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세제실로부터 세제개편안을 전달받고 검토한 뒤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이재명 정부의 첫 '2025 세제개편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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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회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0 photo@newspim.com |
하지만 세제 개편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종부세는 개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6·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세금이 아닌 정책으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과 여당은 모두 부동산 시장은 세금보다 규제로 잡겠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밝혔다.
정치권도 종부세에 손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 강화를 계기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중산층 민심이 대거 이탈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부세를 섣불리 건드렸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종부세를 제외하기로 방향을 모았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정권에 따라 숱하게 변경됐다. 노무현 정부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개인별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대상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다음 해인 2006년 과세방식을 인별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주택 공시가격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면서 세 부담을 대폭 강화했다. 세대별 합산이란 개인이 아닌 가구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2008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고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1주택자 공시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다시 9억원으로 상향, 최고세율을 2%로 낮추면서 종부세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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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2025.07.25 plum@newspim.com |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2018년 다주택자의 최고 세율을 3.2%로 올렸다.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2020년에는 다주택자 최고 세율을 6%로 한 차례 더 상향했다. 정권에 따라 기준도 변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선 종부세 완화 흐름이 확고하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다주택자의 최고 세율을 6.0%에서 5.0%로 낮추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과표 12억원 이하 3주택자의 중과세율을 폐지했다.
이처럼 정권에 따라 종부세 과세기준액과 세율이 널뛰면서 부동산 시장변동성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세계적으로도 도입되지 않았던 이른바 '족보 없는 세금'"이라며 "종부세의 취지와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종부세 공시가율 60→80% 상향…20억 주택 세부담 20%↑
다만 정부는 공시가율 조정이라는 차선의 해법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율은 공시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해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율은 주택과 토지 모두 80%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9~2021년 공시가율을 85%→90%→95%로 차츰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1주택자 공시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주택분 종부세 기본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공시가율을 각각 60%, 100%으로 조정했다. 주택분 공시가율로만 따지면 문재인 정부(95%) 당시보다 무려 35%포인트(p)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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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2025.07.25 plum@newspim.com |
정부는 공시가율을 최소 80%까지 다시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시가율 조정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 의결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종부세 최소 개편을 통해 세수기반을 넓히고, 세입을 확충해야 하는 세제당국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특히 공시가율은 정치적 부담이 덜하면서도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례로 공시가격이 20억원인 주택인 경우 60%의 현재 공시가율을 적용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4억8000만원으로 세금 납부액은 583만원이다. 반면 공시가율을 80%로 상향하면 과세표준은 6억400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세금 납부액은 698만원으로 20%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 세수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2년 6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급격히 완화해 2023년 4조6000억원으로 지난 2016년(1조3000억원)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시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율까지 조정되면 올해 주택 보유세는 전년 대비 약 5.6% 증가한 7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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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윤창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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