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자정 기해 상호관세 부과 시작
"월 500억 달러 관세수입 거둘 것"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7일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상호관세 부과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많은 돈이 흘러들어 오고 있다"고 자찬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도 이날 오전 TV에 나와 관세 수입이 미국의 재정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며 장밋빛 전망을 늘어놨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국이 관세 수입으로만 매달 500억 달러(69조3000억 원)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많은 미국 언론은 높아진 관세 부담이 결국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날 관세를 둘러싼 거시적 경제 상황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예일대 연구를 인용해 이번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평균 18.6%의 세금을 수입품 구매 때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193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근대 미국 역사상 평균 관세율이 2-3%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 |
2025년 8월 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폴리티코도 이 날 "미국이 확립하는 데 기여했던 세계 무역 시스템을 뒤집기 위해 백악관이 지난 4개월 동안 격동적인 시간을 거친 끝에 새 상호관세 부과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개월 동안 네 차례 연기된 끝에 이뤄진 이번 조치가 지금까지 혼란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각국 대표들이 자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세계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워싱턴으로 달려오는 동안 거침없는 '트루스 소셜' 게시물들이 난무했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10-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수십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창출하여 국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관세율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해당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얼마나 샀는지에 따라 달라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0여 개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기본 관세 틀에 합의한 상태지만 멕시코, 중국 등과는 여전히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 하고 있는 상태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중국과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관세 유예 조치가 90일 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령의 관세 부과 입장이 수시로 변하는 탓에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중국에 부과될 고율 관세를 피해 일부 제품의 생산기지를 인도로 옮겼지만 이 달 말부터 인도에 50%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다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할 처지에 놓인 기업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 관세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가운데 미국 기업인의 속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고 미국인들은 머지않아 쪼그라든 지갑을 마주하며 쓴 웃음을 짓게 될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