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우시·다롄 공장, 유예기간 내 업그레이드 집중
장비 리드타임 부담…생산 차질·공급망 불안 가중
"중국 공장 레거시화 가속…글로벌 재편 불가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온 포괄허가(VEU·Validated End User)를 취소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는 남은 120일 유예기간 동안 시안·우시·다롄 공장에서 공정 전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장비 리드타임 부담과 신규 허가 불확실성으로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예 기간(약 120일) 동안 계획했던 전환투자 일정을 앞당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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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이번 조치는 12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며, 그 이후에는 신규 투자나 공정 전환 시 건별로 미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해당 허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사실상 첨단 공정 업그레이드가 차단될 전망이다.
각 사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Xi'an)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대규모로 양산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실효 생산능력(Capa) 내에서 시안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V8(236단) 공정에 대한 VEU를 확보한 상태여서 남은 유예 기간 동안 V6에서 V8로의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비 리드타임이 촉박해 계획했던 전환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일정 부분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며, 공급 환경은 한층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Wuxi) 공장에서 D램을, 랴오닝성 다롄(DaLian)의 솔리다임(Solidigm) 공장에서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그룹 전체 D램 생산능력의 30% 중후반을 담당하는 핵심 거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용 가능한 최첨단 D램 기술은 1a 공정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을 1개 레이어만 활용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간 교차 생산이 가능하지만, EUV 활용도가 더 높은 1b 공정부터는 원가 부담으로 교차 생산이 어려워진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을 1z~1a 공정 전용 라인으로 운영하며 장기 계약 고객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유예 기간 동안 1a 전환투자 속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솔리다임의 다롄 공장은 현재 112단 낸드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유예 기간 동안 192단 공정으로의 선단화 투자를 서두를 전망이다. 다만, 미국 규제 기조를 고려하면 이후 신규 장비 반입은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 공장의 레거시화(구형 공정 고착)는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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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의 모습. [사진=SK하이닉스] |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비 리드타임이 타이트한 만큼 계획 수준을 모두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일정 부분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만큼 수급 환경은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공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VEU 적용에 따른 팹 운영 효율성 저하는 공급망 교란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에 대한 주도권을 갖추려는 것"이라며 글로벌 메모리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