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사주 매입 비판
피지컬 AI·S/W 업체 인수···
향후 12개월 FCF 1000억달러 넘을 전망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DA)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57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쥐고 활용 방안을 둘러싼 의견들이 분분하다. 엔비디아의 현금 자산은 계속 불어나고 있어 이를 어디에 투입할 것인지는 월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에는 업체의 경영진이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증액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투자자들 사이에 비판의 목소리가 번졌다. 시가총액 4조달러에 달하는 업체의 자사주 매입이 타당한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된 것.
마켓워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상반기에만 243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새롭게 승인된 600억달러 매입 계획은 지난해 500억달러에 이어 나온 것으로, 전년도 250억달러에서 두 배 불어난 데 이어 또 한 차례 뛴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프리덤 캐피탈 마켓의 폴 믹스 이사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IT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도 제한적이다. 여기에 전략적 인수합병(M&A)도 잉여현금흐름(FCF)을 추세적으로 늘리는 데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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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벅그] |
투자은행(IB) 업계는 대규모 현금흐름을 연구개발(R&D)을 포함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믹스 이사는 엔비디아가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을 주도하는 데 현금 자산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근 3500달러에 출시된 블랙웰 칩을 탑재한 로봇 컴퓨터 젯슨 토러(Jetson Thor)가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소진 기한이 없기 때문에 대외적인 보여주기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다.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경영진이 확신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향후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제품 계획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최근 공개된 분기 실적에서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과가 다소 부진했고, 10월 분기의 가이던스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제외되면서 주가가 완만하게 하락한 상황.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금수 조치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 칩 판매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가 일정 부분 수익을 미국에 공유하면 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엔비디아 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또 지정학적 문제로 실적 가이던스에 H20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갈등이 완화되면 20억~50억달러 규모의 칩 출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퓨처럼 그룹의 댄 오브라이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주주들은 대규모 현금이 쌓인 채 시장 수익률만 얻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FRA 리서치의 앤젤로 지노 연구원은 "향후 12개월 사이 엔비디아의 잉여현금흐름(FCF)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투자 기회가 나타날 때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역량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R&D 규모는 매출액의 25% 수준이다. AI 칩 시장에서 업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거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일부에서는 블랙웰과 구빈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통한 3조~4조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시장 기회를 공략하거나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출액 대비 25%에 그치는 R&D를 늘리는 한편 차세대 AI 칩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현금 자산을 상당 부분 할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