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심 판결 부당" 양형부당·사실오인 등 주장...7년 구형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진실 가리고 대중 현혹해"
1심 재판부, 양 전 대법원장 등 전부 무죄 판결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 26일 나온다. 지난 2019년 2월 검찰의 기소 후 2480일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3일 오전 10시20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 검찰, 징역 7년 구형…양승태 "검찰, 재판부 모욕"
작년 1월 1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대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다.
이날 검찰은 양형 부당과 사실오인, 법리 오해 등 사유를 들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징역 5년, 고 전 대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검찰이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현혹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3차례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의 행위 다수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이 나왔다며 원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사법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언론 보도 후 법원의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검찰 수사에서 자체 조사와 같이 사법행정담당자들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라며 "일부 행위자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이 일부 범행에 공모했다고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사 측은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사기관의 부당한 피의사실 유출, 언론 보도, 실체 관계가 맞지 않는 억측이 쌓였지만 1심은 억측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검증했고 장기간 심리 과정을 거쳐 전부 무죄 판결했다"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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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03 choipix16@newspim.com |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변론에서 "검찰은 수없이 많은 검사를 동원해 법원 내부 자료를 송두리째 가져가고, 법원 구석구석을 먼지털기식으로 뒤졌다"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극도의 왜곡과 과장, 견강부회식 억지로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현혹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법꾸라지' 등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근거 없이 재판부의 인격과 자세를 원색적으로 공격하고 폄훼하는 언사를 쓰는 것은 품위를 잃은 행동이고, 법률가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고결하게 숭고한 판결에 대해 아집, 고정관념에 가득한 검찰은 흑을 백이라고 강조하면서 항소를 제기하고 모욕까지 가하고 있다"라며 "이 항소는 마땅히 기각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법관 역시 검찰의 수사가 "그야말로 꿰맞추기식 아전인수"라며 "검찰이 직권남용이라고 목표를 정하고 증거를 꿰맞춘 자의적 재판"이라고 했다. 고 전 대법관은 "재판부는 판례 법리와 형사소성법 대원칙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 1심 판결문만 3000쪽…"직권남용 인정 안 돼"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9년 2월 재판거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지난 2011~2017년 동안 박·고 전 대법관 등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와 같은 행위를 하고 일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을 재판거래 수단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주요 혐의 중 하나로 '사법 블랙리스트'도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2년~2017년까지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본다. 이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사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동향을 수집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4년 10개월간 법리공방 끝에 지난해 1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에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 기록만 17만쪽으로, 1심 판결문은 3000쪽에 달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부당 개입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봤고,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및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 정보 수집 지시 혐의는 "범행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