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큐보 국내 처방 실적 100억 돌파
후속 신약 '네수파립' 임상 성과 기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로 캐시카우 확보에 성공했다. 신약 허가부터 상업화까지 직접 해낸 국내에서 몇 안되는 바이오 기업으로 꼽히며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가운데 후속 파이프라인을 통해 경쟁력을 재차 입증할지 주목된다.
8일 온코닉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 186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분기별 매출 또한 눈에 띄게 성장했다. 2분기 매출은 94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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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코닉테라퓨틱스 로고. [사진=온코닉테라퓨틱스] |
회사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배경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 후 첫 분기 국내 처방 실적은 33억원이었으며 올 1분기는 67억원, 2분기에는 105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처방 실적 1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자큐보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허가 받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시장에 먼저 출시한 제품으로는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있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처방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내년에는 처방 매출 1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P-CAB 치료제 시장에서 자큐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응증 확대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궤양 치료 적응증에 대한 추가 승인을 받았으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유발 위궤양 예방을 위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복약 편의성을 높인 구강붕해정(ODT) 제형 허가 심사도 진행 중이다.
자큐보의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중국 파트너사 '리즈본 제약'과 계약금 2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중국 임상 3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 허가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에 대해 지금까지 총 4건의 해외 기술 수출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해 26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인도 상장사에 인도지역 자큐보 판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멕시코와 남미 19국과도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북유럽 5개국과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마일스톤 수령 등을 통한 수익 창출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기준 자큐보 기술이전 관련 매출 22억원을 창출했으며, 지난해는 90억원, 2023년 211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 하반기에도 중국 품목 허가 신청에 따라 파트너사로부터 7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제2의 자큐보를 내놓기 위해 후속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큐보를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신약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만큼, 장기적인 R&D 투자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 회사는 매출의 7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로는 차세대 합성치사 이중저해 표적 항암제 '네수파립'이 꼽힌다. PARP와 Tankyr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 타깃 항암제로, 기존 PARP 저해제의 내성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와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으며,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네수파립은 췌장암 1차 치료제와 자궁내막암(키트루다 병용), 난소암 재유지 요법, 위암, 유방임, 전립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의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학회에서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발표하며 경쟁력을 알렸다. 올해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는 세포 수준의 비임상 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비교약물들 대비 월등한 위암세포 사멸 효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내년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네수파립의 췌장암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과가 입증될 경우 파이프라인 가치가 재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큐보 처방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현금 창출 기반의 하이브리드 바이오텍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을 위한 자큐보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중요하다. 중국 파트너사 외에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 중심 국가들과의 기술 수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