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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년 내 OECD '자살률 1위' 탈출 목표…현실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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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2일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발표
OECD 자살률 1위…회원국 대비 2.3배 높아
2034년 자살률 17명 목표…10년 내 11명 ↓
핀란드·일본 등 20~30년 걸려 자살률 낮춰
정부 "노력만으로 부족해 도전적 목표 설정"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발표를 통해 10년 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행 1위 수준인 28.3명의 자살률을 10명대로 대폭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은 다른 나라들이 수십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하겠다는 셈이라, 실현 가능성에는 큰 우려가 뒤따른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보면 자살률 개선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1999년 25.5명에서 20년 넘게 걸려 15명대까지 낮췄고, 핀란드 역시 30명대에서 10명대 초반으로 떨어뜨리는 데 3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이 10년 만에 11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은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실성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 10년 내 자살률 11명 이상 감축 목표…주요국 최소 20년 소요

정부는 12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발표하고, 5년 안에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대책을 지속 추진해 10년 내로는 OECD 1위 수준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자살 사망자는 총 1만4439명(잠정)으로 하루 평균 39.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 상승하기 시작해, 금융위기 여파가 닥쳤던 2011년에는 31.7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까지 하락 곡선을 그렸지만, 2023년과 지난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트라우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 및 2023년 자살률·자살자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8.3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전체 자살 사망자의 20%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이어 ▲40대(18%) ▲60대(16.4%) ▲30대(12.4%) ▲70대(10.8%) 순이었다. 남성 자살 사망자는 여성보다 2.3배 많았지만, 자살 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많았다

경제 규모가 유사한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심각하게 자살률이 높은 수준이다. OECD의 '표준 인구당 자살률'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대한민국 자살률은 24.3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평균(10.6명)과 비교하면 2.3배 높다.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우리나라(13위)와 비슷한 타 국가들의 자살률은 ▲캐나다(9위) 9.0명 ▲스페인(12위) 7.6명 ▲호주(14위) 12.7명 ▲멕시코(15위) 6.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이란 비전 아래 이번 예방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 기준 28.3명인 자살률을 2029년에 19.4명으로 떨어뜨리고, 20234년까지는 17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는 5년 내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고, 10년 내 OECD 1위 수준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부는 10년 안에 자살률을 11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면 자살률 개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로 드러났다. 사회 구조와 문화·제도 전반 등을 바꾸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했고, 실제로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주요국 자살률 순위 및 자살률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예컨대 핀란드는 1986년 '국가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가동해 자살 사망자 전수를 대상으로 대규모 심리 부검을 실시하고, 우울증 조기 식별과 사회 서비스 연계를 체계화했다. 총기 허가 연령을 18세에서 20세로 상향하는 등 수단 접근성도 낮췄다. 그 결과 자살률은 1990년대 초 30.3명에서 2010년 17.6명, 2021년 13.2명으로 내려왔다. 감소 폭은 컸으나 20~30년에 걸친 장기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본은 2007년 총리 직속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해당 연도부터 2022년 사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종합대책을 갱신했다. 중앙 컨트롤타워와 더불어 지자체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 배치, '지역 자살대책 긴급강화 기금' 조성 등 재정·조직 기반을 제도화했다. 그 결과 자살률은 1999년 25.5명에서 2010년 21.7명, 2021년 15.6명으로 낮아졌다. 이 또한 20년이 넘는 시간 축에서 이뤄진 변화다.

독일과 영국도 장기간의 제도적 변화로 성과를 냈다. 독일은 '우울증 연합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산해 게이트키퍼 양성과 조기 치료 연계를 강화했고, 영국은 '사회적 처방'을 제도화해 고립감 해소와 정신건강 지원을 병행했다. 두 나라 모두 상담·치료 확대를 넘어 사회적 관계망 복원과 제도 개혁에 집중해 수십 년에 걸쳐 자살률을 낮췄다.

해당 국가들의 공통 분모는 ▲중앙 컨트롤타워의 상시 운영과 법·제도화 ▲지방정부 전담 인력·전용 기금 등 현장 기반의 고정된 인프라 ▲정신건강 조기 식별과 1차의료·사회서비스의 촘촘한 연계 ▲총기·유해물질 등 수단 접근성 규제 ▲관계 회복 중심의 사회적 고립 해소 프로그램 등을 장기간 지속했다는 점이다. 10명 안팎을 낮추기까지 대체로 20~30년이 소요됐다.

◆ 기존 정책 확대·인력 증원 수준 그쳐…정부, '도전적 목표' 인정

이번 전략에 담은 도전적 목표에 비해 정부의 대책은 기존 정책을 확대하거나 관련 인력을 증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내세운 '5대 분야·18개 과제'는 대부분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성격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내 자살 위험군을 관리하는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현재 92개소에서 2026년 98개소로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기존 시행되던 사업의 연장선 성격으로 여겨진다.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센터가 즉시 사고 현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응급실 정보를 자동 연계하는 '자살예방법' 개정도 추진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과거 계획에서부터 이미 시행 중이던 과제다.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자살 유족을 대상으로 한 '원스톱 지원'도 마찬가지다. 심리 상담·임시 주거·특수 청소·법률 지원·학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체계는 이미 현재 12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내년 7월까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취약계층 발굴 역시 서민금융지원센터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Wee센터 등 다양한 기관을 연계하는 구조로 2018년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사업의 연장선이다.

현장 인력 확충은 특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살예방센터 전문 인력은 평균 2.6명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해당 인력을 내년까지 5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과적인 사례 관리를 위해 센터당 최소 1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상담 수요는 지난해 연간 2만6843건에서 올해 1분기에만 월 2만8034건을 넘어선 상황이라, 현재 수준의 인력 증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강조한 컨트롤타워 역시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추진 예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 방안, 권한 설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시차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일본은 이미 2007년 총리 직속 본부를 설치해 2012년과 2017년, 2022년 등 네 차례에 걸쳐 종합 대책을 갱신했다. 지자체에는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을 두고, 지역 자살대책 긴급강화 기금을 조성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1999년 25.5명이던 자살률은 2021년 15.6명까지 낮아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기구 신설 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도전적 목표를 둘러싼 현실성 부족 지적에 대해, 단순한 노력 수준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맞닥뜨리더라도 과감한 수치를 내걸어야만 부처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독려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09.10 ryuchan0925@newspim.com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전날 진행한 브리핑에서 "자살률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주저되는 부분도 있었고, 신중하게 고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살률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단순히 노력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해서 좀 더 도전적인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며 "현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목표를 정해야만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각오를 갖고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센터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평균 2.6명이 부족한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10명 이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5명 수준으로 우선 확대하고, 예산과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장기적인 목표로는 10명 수준까지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자체를 바로 이런 수준으로 늘리는 데는 애로가 있다"며 "일단 5명 수준으로 늘리고, 점차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무총리 산하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 설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다만 중앙 정부 차원을 넘어 지자체 단위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임을 먼저 밝혔다. 정부는 차후 방안이 구체화됐을 때 별도로 발표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현재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자살대책추진본부 설치 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본부 단위는 중앙 부처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무 지자체의 참여와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본부가 설치되면 시·도가 참여하는 협의회 기구 등도 당연히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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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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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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