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주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8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장기간 축적해온 일본어 자료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연구개발 인력과 인프라 지원에도 나선다.
AI가 생활과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가운데, 이번 시도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안보와 정보주권 확보라는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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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이미지 [사진=신화사 뉴스핌 특약] |
◆ 왜 일본은 자체 AI를 만들려 하나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산 AI 의존을 문제 삼는 배경에는 두 가지 우려가 깔려 있다.
첫째는 데이터 보안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민감한 정보를 외국 플랫폼에 맡길 경우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정보의 정확성이다. 일본 관련 질문에 왜곡된 답변이나 문화·제도에 맞지 않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자국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는 AI"의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일본을 이해하는 AI"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나
핵심은 국산 생태계다. 데이터는 총무성 산하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연구기구(NICT)가 약 20년간 축적해온 일본어 자료가 활용된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은 일본 스타트업 프리퍼드 네트웍스가 맡는다. 완성된 AI는 클라우드 기업 사쿠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된다.
즉, 데이터 제공부터 모델 학습, 서비스 운영까지 일본 기업과 기관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 이는 AI 학습과 활용의 전 과정을 자국 내에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이 구상을 단순한 과학기술 진흥책이 아닌 국가 전략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 3월 개정을 목표로 하는 '과학기술·이노베이션 기본계획'에는 과학기술 정책을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계하겠다는 방침이 처음으로 명시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은 더 이상 연구실 차원의 과제가 아니라, 외교력·경제력·방위력과 연결되는 종합적 국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프로젝트는 그 상징적 출발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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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통한 비즈니스 혁신' 행사에서 발표하는 손정의 소트프뱅크그룹 회장.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남은 과제와 전망
다만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언제쯤 실제 사용이 가능한 모델이 나올지, 정부가 얼마만큼 재정 지원에 나설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일본은 "외국 기술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벗어나, 자국 데이터와 기업 중심의 AI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독립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정보 주권 확보라는 새로운 국가 과제에 대한 대응으로 평가할 수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