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2일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 공개
메타는 레이밴 안경으로 AR 시장 선점 가속
포스트 스마트폰 경쟁 "전략 투자·정부 지원 시급"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내달 22일(한국시간) 차세대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메타와의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메타가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증강현실(AR)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삼성도 전략 제품을 공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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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obile World Congress 2025, MWC25)'에서 공개된 '프로젝트 무한' [사진=삼성전자] |
◆XR 헤드셋 내놓는 삼성, AR 안경으로 선점 나선 메타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22일 '프로젝트 무한'을 공개하고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29일 잠정 공개 일정을 잡았다가, 내부 검토를 거쳐 다음달로 일정을 확정했다.[관련기사:[단독] 삼성전자의 하반기 승부수…XR '프로젝트 무한' 9월 출격]
삼성전자가 선보일 '프로젝트 무한'은 구글과의 협업으로 개발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처음 탑재한 제품이다. 삼성은 XR 기기의 착용감, 콘텐츠 부족, 배터리 효율, 연산 성능 등 기존 한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대규모 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머리 형태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하고, 시선 추적·제스처 인식·대화형 UI 등 멀티모달 입력 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통합해 개인화된 AI 서비스 구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17일(현지시간) 스마트 안경을 공개한 메타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주도권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메타는 이날 미국의 시계 브랜드 레이밴과 협업한 신형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이번 제품은 오른쪽 렌즈에 600×600픽셀 해상도의 단색 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시야각은 20도, 주사율은 90Hz로 구현됐으며 최대 밝기는 5000니트에 달한다. 외부에서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도록 빛샘 현상도 2% 미만으로 억제했다.
제어 방식은 음성 명령과 함께 '메타 뉴럴 밴드'라는 손목 착용형 컨트롤러가 지원된다. 이 밴드는 근전도(EMG) 센서를 활용해 손가락 근육 신호를 읽고, 이를 통해 화면 탐색이나 선택 같은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제품에는 12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오픈 이어 스피커와 다중 마이크가 적용돼 촬영과 통화,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외관은 레이밴 웨이페어러 스타일을 유지해 일반 선글라스와 유사한 디자인을 갖췄다. 배터리는 혼합 사용 기준 6시간이며, 전용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최대 30시간까지 연장된다. 가격은 799달러(약 110만원)로 책정돼 오는 30일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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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레이밴 메타' [사진=나무위키] |
◆AR 시장 주도권 잡으려면 "정부 지원·생태계 강화 시급"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가 AR 글래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주류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무한'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AR 글래스는 현재 연내 공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다.
SK증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가 AR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으로 10년 이상 이어온 하드웨어 선행 투자, VR 생태계에서 확보한 개발자 네트워크, AI 투자 확대에 따른 에이전트(Agent) 기술 상용화 근접, 그리고 세계 최대 안경·렌즈 기업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협업을 통한 초기 판매량 확대 가능성을 꼽았다.
보고서는 스마트폰 전환기와 마찬가지로 AR 글래스 역시 1000만대 이상 판매가 생태계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메타가 이 기준을 충족할 경우 AR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표준을 주도하며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SK증권은 한국이 여전히 핵심 광학계 IP와 대규모 부품 양산 능력이 부족하고, 국가 차원의 산업 지원도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메타와 애플을 중심으로 시스템온칩(SoC), 운영체제(OS), AI, 위탁생산(OEM)을 장악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규모 자체생산(ODM)과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SK증권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과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 인수합병 등을 통한 핵심 기술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타가 이번 제품으로 시장 표준을 선점할 경우 한국 기업의 진입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삼성전자가 AR 글래스 출시를 준비하며 국내 업체들과 협업 중이나, 국가 지원책은 XR 콘텐츠 중심으로, 타 국가 대비 규모가 작다"며 "하드웨어 생태계 개발에는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적극적인 생태계 개발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