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완전 퇴출 조치를 기존 일정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27년 초까지 완료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EU는 지난 6월 "2028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의 모든 천연가스와 LNG 수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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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9일(현지 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19차 제재 패키지의 초안을 마련했다"며 "(EU의 27개) 회원국은 새 제재 패키지를 신속히 지지해 줄 것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LNG에 대한 꼭지를 잠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오는 2027년 1월까지 러시아 LNG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U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EU의 LNG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분기 22%에서 2025년 2분기 14%로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비중을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상당량의 LNG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체 수출 물량의 약 절반에 달한다.
스페인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가 러시아산 LNG를 수입하고 있고, 터키스트림(TurkStream) 파이프라인을 통해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불가리아 등이 천연가스를 받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의 전시 경제는 화석 연료 수입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19차 제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패키지가 러시아의 암호화폐와 은행, 에너지 부문 등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또 그림자 함대 리스트에 118척을 추가해 총 560척 이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는 제3국에 대한 제재도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에 기름을 붓고, 제재를 위반하여 석유를 구매하는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정유소, 석유 거래업체, 석유화학 회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EU 관계자들은 새 제재 패키지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은행과 중국 정유소, 특별 경제 구역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제재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 전체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친러 성향의 국가들은 자국에 대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새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EU가 러시아산 LNG 수입 중단 일정을 1년 앞당긴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야 하고, 이를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후 러시아산 LNG 수입 중단 문제가 '최우선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과 추가 조치(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공동 방안에 대해 좋은 통화를 했다"며 "EU는 조만간 암호화폐와 은행,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