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주도권과 국가·기업별 작업 배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급기야 프랑스 측 사업 주체인 방산업체 다소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등 파트너 없이도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2017년 '미래 전투 항공 시스템(FCAS, Future Combat Air System)'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이후 스페인이 2019년 6월 합류했다.
차세대 전투기는 오는 2040년부터 프랑스의 주력 기종인 라팔과 유럽 주요국의 유로파이터를 단계적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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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트라피에 다소항공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인근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제55회 파리 국제 에어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에릭 트라피에 다소항공 최고경영자는 이날 AFP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다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기 개발·제작의) 모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독일과 스페인 측 파트너인 에어버스, 인드라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파트너와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독일이 단독으로 행동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프랑스 국방부와 독일 정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다소 측이 공급업체 선택과 국가 간 작업 분배를 단독으로 결정할 권한을 갖겠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는 라팔 전투기를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전투기를 단독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과 에어버스는 다소가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독일과 에어버스는 "최초 합의된 계약 내용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이미 계약 조건에 동의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라피에 최고경영자는 "FCAS가 '국가별 한 표' 시스템으로 운영되다보니 끝없는 협상과 비효율이 양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기업이 모두 동등한 결정권을 갖고 있어 각 작업별 담당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국가 간 협상과 승인 과정이 반복되어 프로젝트가 늦어지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갈등이 공개적으로 노출될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FCAS가 중대한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FCAS는 올 연말 전투기 시제품을 제작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FT는 "만약 이 프로젝트가 무산된다면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군사력 강화 노력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주 동안 독일은 FCAS 프로젝트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 파트너를 영국이나 스웨덴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 방위·우주 부문 근로자위원회 의장 토마스 프레츨은 "다소 없이도 FCAS가 진행될 것이라 믿는다. 유럽에는 더 매력적이고 적합한 파트너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측 관계자들은 "다소와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FCAS를 추진하는 것이 여전히 선호되는 옵션"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연말까지 FCAS의 다음 단계에 대해 독일 및 스페인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도 이날 "FCAS 프로그램의 성공과 지금까지 프로그램 파트너 간 체결된 모든 합의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