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종이호랑이'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 영토를 회복할 수 있고, 미국이 무기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제시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언행을 봤을 때 그의 말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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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9.24 kckim100@newspim.com |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 고위급 주간 참석을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진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하고 점령된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 인내, 특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전쟁이 시작된 지점의 원래 국경으로 되돌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다. 왜 안 되겠는가"라고 했다.
또 "러시아는 진정한 군사 강국이라면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3년 반 동안 목표 없이 치르고 있다"며 "그들을 '종이호랑이'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쟁 경제 여파로 연료 공급난과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우크라이나가 행동할 때"라고 했다. "미국은 나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무기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 말이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군인, 분석가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고 FT는 지적했다.
야당인 홀로스당 소속의 야로슬라프 젤레즈냐크는 "오늘 트럼프가 한 발언 중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는가. 전혀 없다.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역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 '유럽연대당' 소속 올렉시이 곤차렌코 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손을 씻겠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에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트럼프는 트럼프이다. 우리는 그의 기분 변덕과 정치적 입장 변화를 여러 번 봐왔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도 트럼프 발언을 반박하는 반응이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다. '종이 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서방 제재가 어느 정도 긴장을 조성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안정적이며 전쟁 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