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5년 만에 국무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 승격
AI 시대, 공공·민간 아우르는 '데이터 컨트롤타워' 격상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통계청이 다음 달 1일부터 국무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한다. 경제부처 외청(外廳)에 머무른 지 35년 만이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확정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통계청의 위상을 차관급 독립기관으로 격상하고, 국가데이터처는 범정부 데이터 거버넌스를 총괄하는 기능을 맡긴다.
이번 개편은 데이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흐름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정부는 통계청이 수행해 온 전통적 조사·분석 기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아우르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 전략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게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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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통계청장이 9일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통계청-OECD 공동 국제회의에서 개회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통계청] 2025.09.09 sheep@newspim.com |
이에 따라 국가데이터처는 ▲국가 통계의 기획·조정 ▲부처 간 데이터 연계와 표준화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데이터 품질 관리와 정책 활용 지원 등 전방위 역할을 맡는다. 특히 최근 급속히 확산하는 생성형 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학습용 데이터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부 정책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설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통계청도 내부적으로 조직 변화를 준비 중이다. 단순한 통계를 관리하는 게 아닌, 부처 간 데이터를 연계·융합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AI가 해석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 표준을 마련해 데이터 구조를 정형화하고, 정책 현장에서 필요한 분석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가데이터처 출범에 맞춰 고가치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를 넓히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15종의 주요 데이터를 통합 개방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고,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업과 연구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하고,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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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2025.09.25 mironj19@newspim.com |
이번 승격은 단순한 기관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통계청은 지난 1990년 이래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산하 외청에 머물렀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행정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능적 한계가 지적됐다.
일례로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중복과 단절이 발생했고, 데이터 품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다만 국가데이터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권한과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처 간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고,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간 균형을 잡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태수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재부 소속 외청인 통계청을 국무총리 산하 통계처(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조직인사처 또는 정부혁신처를 두어 정부 정원·조직·채용·승진 기능을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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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정부청사 전경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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