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등 핵심 물가 지표 지연
연준, 대체 데이터로 경제 판독 전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침체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금리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인해 정보 공백 속에서 '깜깜이 운전'을 하게 될 상황이다.
연준은 과거에도 셧다운 국면을 넘긴 경험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과 고용시장 둔화라는 현재 여건은 이번 상황을 특히 까다롭게 만든다.
연준은 고용시장이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약해지고 있는지, 또 금리 인하로 노동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가능한지 판단하려 애쓰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대체 데이터와 기업 접촉을 통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전히 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급여업체 ADP와 구인 사이트 인디드(Indeed)는 노동시장을 추적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공개하고, 대형 소매업체의 실적 발표 역시 소비자 재정 건전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는 훨씬 더 부족하다.
조지워싱턴대 경제학과장 타라 싱클레어는 "지금은 연준이 내가 '골드스타 정부 데이터'라고 부르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인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 통계청은 조사 표본을 대표성 있게 설계하지만, 민간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특정 질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싱클레어는 "만약 경제가 순항하고 있었다면 연준은 정부 데이터 한 달치 공백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실업률이 소폭이라도 오르면, 연준이 금리를 언제 낮출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바이처는 "연준이 기업인들로부터 가격 인상 계획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과 실제로 물가가 올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며, 이를 위해서는 10월 15일 발표 예정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 같은 공식 통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셧다운은 이 보고서의 발표를 지연시키거나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 통계는 여전히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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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 여전한 이견 속 '신중론' 강해질 수도
연준은 오는 10월 28~29일 회의에서 금리 방향을 재논의할 예정이지만, 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 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신중론'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연준은 노동시장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0~4.25% 범위로 조정했다. 올해 첫 금리 인하였다.
그때 공개된 경제 전망에서 연준 중간치 예상치는 올해 안에 추가로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인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접전이었다. 많은 위원들이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쪽을 선호했다.
과거 클리블랜드 연은 리서치 디렉터를 지낸 슈바이처는 데이터 부재가 연준을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들 입장이라면 확실히 동결을 선택하겠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듀크대 경제학 교수이자 전 연준 스태프였던 엘런 미드도 이에 동의하며 "정부 데이터가 없으면 현 상황에서 더 움직이기가 어렵다.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준 수석 경제학자 출신이자 현재 뉴 센추리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샴은 10월에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본다.
샴은 "연준은 노동시장을 우려해서 금리를 내리고 있다"며, 핵심 고용 데이터가 없다면 노동시장이 위험을 벗어났다는 근거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그 방향(인하)으로 가고 있었다. 단 한 번의 0.25%포인트 인하로는 노동시장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깜깜이'로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샴은 "비유하자면 더러운 앞유리를 끼고 운전하는 상황"이라면서 "연준은 정보를 모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셧다운을 겪은 적도 있다.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 공백이 시장 변동성을 키워 연준의 정책 접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 데이터를 보고 연준의 반응을 가늠해 왔고, 파월 의장과 연준 위원들은 이런 시장 반응에서 배우기도 하는데, 샴은 "이번 과정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