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식의 판타스틱한 연출 돋보여
소설과 뮤지컬과 다른 압도적인 스케일 눈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스테디셀러에는 인상 깊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세계 최초 SF 소설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도 인간의 유한성과 어리석음, 강력한 스토리의 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작품 중의 하나다. 이 작품에도 인상 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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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 역을 맡은 배우 오스카 아이작. [사진 = 넷플릭스] 2025.10.22 oks34@newspim.com |
기예르모 델 토로가 영화로 해석한 '프랑켄슈타인'은 신의 영역인 생과 사를 지배하려 한 미친 외과의사와 그의 손에서 탄생한 괴물이 등장하여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등으로 과감한 미장센과 연출력을 보여온 감독은 '프랑켄슈타인' 역시 자신만의 채색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지난 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공개 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크게 괴물을 창조한 빅터(오스카 아이작)의 관점에서 전하는 이야기와 피조물(제이콥 엘로디)의 관점에서 말하는 이야기 등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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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프랑켄슈타인'. [사진 = 넷플릭스] 2025.10.22 oks34@newspim.com |
이야기 전개도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탐험가 앤더슨 선장(라스 미켈슨)이 등장한다. 영화는 부상을 입고 선장 일행에 의해 구조되는 빅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빅터는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였던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 속에서 비뚤어진 인성을 형성하면서 자란다. 역시 외과의사가 된 빅터는 전장터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모아서 자신의 피조물을 창조한다.
그러나 생명은 불어넣는 데까지만 빅터의 계획이었을 뿐 그 존재의 영혼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한 바도 계획한 바도 없다. 결국 빅터는 어느새 두려운 존재가 된 괴물을 불에 태워 없애 버리려고 시도한다. 빅터 역시 그 과정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서서히 파국을 맞는다. 자신을 창조한 빅터로부터 버림받은 피조물도 절망한다. 괴물이 빅터에게 원하는 것은 죽지 못하는 자신에게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또 하나의 피조물을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빅터는 괴물의 청을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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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프랑켄슈타인'. [사진 = 넷플릭스] 2025.10.22 oks34@newspim.com |
두 시간 반에 걸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혀 지루할 새가 없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에 뻔한 스토리로 지루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화면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버려진 성을 개조한 빅터의 거대한 실험실,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설원,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도시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에 이르기까지. 소설이나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웅장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간다. 오스카 아이작은 야심만만한 의사에서 스스로 파멸을 부르면서 죽어가는 빅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피조물 역의 제이콥 엘로디도 풍부한 감성 연기로 '철학적인 고뇌가 느껴지는 괴물' 연기를 펼쳐 보인다.
죽음과 질병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된다. 또 인간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일 또한 멈춤이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의 입을 통해 그런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공포의 실체를, 살면서 필요한 것은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관계라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
11월 7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에 앞서 10월 22일에 일부 극장에서 선개봉된다. 압도적인 화면이 주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극장이 제격이지만 상영관이 많지 않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