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이전 '좌파 경제학자' 위상 붕괴에 결국 사임 택해
신뢰 금 간 李정부 부동산 정책 국민 신뢰 저하 우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똘똘한 한 채' 갭투자 사실과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결국 논란 4일 만에 차관직을 사임했다. 국토부 1차관에 오른 지 넉달 만이다.
대국민 사과에도 여론이 악화되며 여권 내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세진 것이 사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진단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발이익 공공환수'를 주장했던 경제학자로서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 이 차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 전차관의 투기 의혹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투기 수요억제대책의 신뢰성도 약화될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상경 1차관의 전격 사임은 이 차관이 쌓아 올린 위상 붕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 전차관은 전일 저녁 8시쯤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실에도 사의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 차관의 사의 표명을 오후 10시쯤 기자들에게 공개했고 대통령실도 이 차관의 사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방선거 의식한 여당도 압박...이 차관, 사과 방송 하루 만에 ′한밤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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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전차관의 전격 사임은 여권의 압박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진단된다. 이 전차관 배우자의 '똘똘한 한 채' 갭투자 사실이 드러나자 여권에서 이 전차관에 대해 사퇴 압박이 강화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의 입장에서 이 전차관의 갭투자는 '표를 떨어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루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사건'의 반면교사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사태 초기 정부에서는 LH 임직원 투기 사건이 변 장관 본인과 상관없는 사건임을 강조하며 변 장관의 사임을 일축했지만 결국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자 열흘 만에 변 장관은 사임했다. 당시에는 여당보다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변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이는 이후 이어진 서울시장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자칫 '변창흠 시즌2'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권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변 장관은 관리감독 부실 책임만 있었지만 이 전차관의 갭투자 문제는 이 차관 본인이 깊숙이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다 개발이익 공공환수를 주장한 '진보 학자' 출신인 이 전차관의 입장을 볼 때 죄질이 더 나쁘다는 분석이 많다.
"사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평했던 대통령실과 달리 여당의 입장은 강경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이 차관에 대해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다른 여당 의원들도 이 전차관의 발언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23일 이 전차관의 유튜브 채널 사과문 발표 방송까지는 이 차관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방송에서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겠다"며 "부동산시장 조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 방송 이후 복기왕 민주당 의원의 "15억원 서민 아파트"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되며 '원인 제공자'인 이 전차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으며 결국 사과 방송 하루 만이자 갭투자 의혹 제기 나흘 만에 사임에 이르게 됐다.
◆ 유임시 정부 부동산 정책 "힘 잃는다" 부담도 영향
이 전차관의 사임의 근본적 원인은 그간 쌓아올린 이 전차관의 위상이 한 순간에 무너진데 있다.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가천대학교 도시조경학부 교수로 재임한 이 전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꼽히는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부동산 책사'로 활동한 이 전차관은 개발이익 공공환수를 강조하며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를 주장했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주력했던 성남 대장동 공공개발에 개입하며 이 사업을 개발이익 공공환수의 모범 사례로 꼽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부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이 되며 관가에 진출한 이 전차관은 2021년부터 이재명 예비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하며 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공주도 주택공급 공약에 중점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택정책 실무책임자인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오르자 관가에서는 '왕차관' 논란이 일며 공공 재건축·재개발이 다시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 이번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공공주도 공급계획도 이 전차관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같은 이 전차관의 위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때다. 이 전차관은 당시 본인 명의의 성남시 고등지구 전용 84.99㎡ 아파트를 매도 완료했다며 7억3900만원에 신고했으며 아울러 하단에 분양가인 6억4511만원을 함께 적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시세는 11억~14억원에 이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실제 이 차관은 고등지구 아파트를 11억4500만원에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은 약 5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차관이 신고한 7억3900만원은 본인의 전세보증금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실제 매도가격 11억4500만원을 표기하지 않고 전세보증금과 분양가(6억4511만원)를 병기해 시세차익이 적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재산 신고의 불성실성 문제가 언급됐다.
이후 알려진 이 전차관 배우자의 '똘똘한 한 채' 갭투자는 이 전차관이 그동안 쌓아올렸던 위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똘똘한 한 채' 갭투자는 문재인 정부시절 다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집중 규제를 선언한 투기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기 행위가 서민들의 꿈을 무너뜨리고 집값을 올렸다"며 '똘똘한 한 채' 갭투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전차관의 투기 의혹은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여당이 이 전차관의 갭투자 의혹을 그냥 덮으려 할 경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보궐선거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현아 전 국회의원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선임하자 김 전 의원이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사장 선임을 반려한 바 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는 "우리 당 같았으면 감히 지명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 전차관은 평생을 좌파 경제학자로 명성을 쌓아온 사람인데 이같은 위상이 순식간에 사라진 만큼 실제 사임을 하지 않더라도 결국 식물 차관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와 같은 정책기조 변경을 거론해야 할 정도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위상도 함께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