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서밋이 열리는 경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한미 정상이 만나 관세협상 후속조치를 협의하고, 30일에는 아주 드물게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 회담이 열린다. APEC 마지막 날인 11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맞아 한중 정상회담을 연다.
말그대로 정상외교 '슈퍼 위크' 주간이다. 여느 국제회의 처럼 이번 경주 APEC 무대에서도 다자주의와 자국 우선의 일방주의가 격렬히 대립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가 불꽃 충돌을 일으킬게 분명하다. 한국 경제와 한반도 정세도 한미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주 APEC에서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한반도 전략을 놓고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국빈방문하고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에 도착한뒤 1박 2일간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박 3일간 머문다. 미중 정상의 이번 '한국 회담'은 관세와 기술 '전쟁'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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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의 관세 충돌과 극한 대립은 우리 경제는 물론 대외 전략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도전 요인이다. APEC을 앞두고 다행히 중국과 미국이 각각 희토류 통제 완화와 100% 보복 관세 보류라는 타협으로 일단 정면 충돌을 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 이익을 염두에 둔 임시방편적 봉합일 뿐이다. 언제든 불씨가 살아나면 피해는 우리 같은 수출국가가 고스란히 떠앉게 된다.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획기적으로 대외 전략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세계가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 만큼 훌륭한 지도자도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동맹국인 우리에 대해 초 고관세의 칼을 들이대면서 한때 '깡패국가' 로 지목했던 북한 지도자에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게 오늘날 미국 한반도 전략의 맨얼굴이다.
국가간 이해가 살벌하게 부딪치는 국제 외교 무대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명분보다 그저 자국 실리와 이해 득실을 좇을 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처럼 우리 기준에서 볼때 대한민국 국익에 이로우면 친구고, 해로우면 남이다. 대한민국 주권을 존중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우리의 국익과 생존에 도움이 돼야 오래 손잡고 갈 좋은 친구다.
우리 외교는 시대 착오적인 나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세상 모든게 변했는데 대한민국 외교만 반세기가 넘도록 냉전시대의 고루한 메뉴얼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주권국가 관리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강대국의 눈치를 살피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둘 중 하나에 예속되려고 혈안이다. 국익은 안중에 없고 득표만 의식해 진영 프레임을 이용하는 정치 세력은 외교와 나라를 망치는 최악의 부류들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촌 블록화와 보호 무역주의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점점 더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나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향한 세기적 충돌은 자웅이 가려질때 까지 끝나질 않을 전쟁이다. 자칫 중심을 잃고 어느 일방에 쏠리는 쪽으로 그 싸움에 말려들었다간 경제와 국익, 정체성과 생존 기반까지 뿌리채 위협받을 수 있다.
한반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범위한 다자간 협력이 중요하다. 돌아보면 한국과 미국과의 동맹 외교도 다자주의에 기반해 기초가 굳어져 왔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주 APEC CEO서밋 특별 연설에서 "한국이 다자주의 공급망 협력을 선도하겠다"고 천명했다. 경주 APEC이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경제 회복에도 전환점이 되는 외교 무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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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5.10.29 chk@newspim.com |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