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설계 주체 놓고 한화오션·HD현대 대립 격화
14일 방위사업청 분과위서 사업 방식 결론 앞둬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 결정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길어지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싸움에 '공동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함정사업의 절차와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열리는 제132회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등 6개 내외 안건이 논의된다. 분과위 심의 안건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로 상정돼 최종 의결 절차를 밟는다. 업계는 이번 회의가 표류 중인 KDDX의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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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 
KDDX는 6000톤급 '미니 이지스'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모든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는 고난이도 사업인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국가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2월 출범한 해군 기동함대사령부의 미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의 연속 공정으로 진행되며 시제품 없이 곧바로 전력화로 연결되는 특수성을 지녀, 설계 연속성과 책임 일원화가 성패를 가른다.
그럼에도 선정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이 자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가 기본설계를 총괄했고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만큼 연속성 원칙에 따라 상세설계·선도함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화오션은 기본설계 기여분과 전투체계 통합 역량을 근거로 경쟁 참여권을 주장하며 수의계약 일변도에 반대하고 있다.
기본설계 주체와 기술 승계 범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여론전이 지속됐고, 정치권이 가세해 당정 협의까지 진행됐지만 해법은 도출되지 못했다. 방위사업청이 보안감점 기간 연장 관련 조치를 일방 발표해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는 비판도 나오며 논란은 확대됐다. 방위사업청은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며, 세부 입장은 분과위·방추위 절차에서 정리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두 조선소의 갈등 봉합을 위해 '상생'을 내세운 공동개발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함정사업의 절차와 특수성을 반영할 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세설계는 기본설계 결과를 세부화해 곧바로 선도함 건조와 시험평가로 연결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기술 영역을 두 업체가 명확히 분할하기 어렵고, 방위사업청·체계·장비업체와의 계약 구조가 이중화되며 책임 소재가 흐려져 일정·비용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즉 기술 분할의 어려움이 계약 복잡성을 낳고 이는 선도함 건조·시험 단계에서 책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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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이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한국 해군의 2번째 3000t급 잠수함인 안무함. [사진=한화오션] | 
법규와 절차 측면에서도 공동개발론은 장벽이 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방위사업관리규정은 기본설계가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해당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상세설계 참여 요건으로 해당 사업의 연구개발 실적 보유를 요구한다. '잠정 전투용 적합'은 시제품 없이도 전력화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중간 단계에서 검증하는 성격의 판정으로, 사업 연속성과 일정 단축을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기본설계에 하자가 없다면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일반적이며, 정해진 절차를 따를수록 사후 '특혜'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상생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원칙을 흔들 경우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의지 훼손도 우려된다.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않고도 상세설계 단계에서 상생을 명분으로 합류하려는 이른바 '무임승차' 유인이 생길 수 있어서다.
후속함 건조는 경쟁이 원칙이어서 단일 업체가 물량 전부를 가져갈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선도함 단계는 기술 완성도와 일정 준수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 법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결정이 늦어질수록 납기 지연과 비용 증가, 전력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상생협력은 최상의 해법처럼 들리지만 실무적으로는 위법 소지와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며 "사업 이후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방위사업청의 부담을 고려하면 절차적 정합성과 기술적 타당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개발이 성립하려면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KDDX 방식 결정은 정무가 아니라 사업수행·기술 관점에서 속도감 있게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