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국내 채권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최근 급등세를 멈추고 내려왔지만, 기업 등이 발행하는 신용채권의 금리 차이, 즉 신용스프레드는 오히려 벌어지며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금리가 안정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금 수급 불안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우선 국채 쪽부터 보면, 최근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제는 금리 상승이 한 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오른 만큼 싸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국채를 사들이면서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이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가 당분간 동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진 점도 국채 금리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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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표=하나증권]2025.11.26 dedanhi@newspim.com |
하지만 신용채권 시장의 표정은 다르다. 국채 금리가 내려갔는데도 회사채와 카드·캐피탈사 등 여전채 금리는 국채만큼 떨어지지 못해, 두 금리 사이의 '신용스프레드'는 오히려 넓어졌다. 특히 은행과 공기업이 발행하는 초우량 채권보다, 일반 기업과 여전채 쪽에서 약세가 더 두드러졌다. 결국 신용위험이 급격히 커진 것은 아니지만,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쪽으로 쏠리면서 민간 크레딧 채권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번 불안은 금리 상승과 은행권 자금조달 수요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이 조이는 과정에서 가계가 다른 자금을 찾게 되며 요구불예금 인출이 늘었고, 위험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채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보다 신용채권 쪽에서 매도 물량이 더 많이 쏟아졌고, 그 여파는 공사채 발행시장까지 번지며 기업과 금융사의 조달금리를 밀어 올렸다.
다만 구조적인 신용위험이 불거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시장이 안도하는 대목이다. 금리가 빠르게 오른 덕분에 우량 크레딧 채권의 금리는 다시 연 3%를 넘어선 구간으로 올라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절대 금리 수준만 보면 나쁘지 않은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주 후반부로 갈수록 신용채권 가격 하락세가 서서히 진정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크레딧 시장은 통상 국채금리 움직임에 한발 늦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오히려 국채금리 변동성이 줄어드는 시점이 신용채권 투자자에겐 경계해야 할 구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말 은행권 자금조달 병목은 일종의 '리허설'에 불과하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급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크레딧 시장은 '수급은 수급, 가격은 가격'이라는 말처럼, 장기적인 투자 매력과 단기적인 변동성이 공존하는 국면에 서 있다. 현재 금리 수준만 보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기회가 이어질지, 아니면 지금이 한 번뿐인 '높은 금리의 마지막 구간'이 될지는 향후 금통위 결정과 경기 흐름, 그리고 자금 수급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