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번엔 유럽에서 Z세대가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만연한 부패와 기득권층의 특권에 분노한 젊은 세대의 대규모 거리 시위에 밀려, 불가리아의 로젠 젤랴즈코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연립정부의 총사퇴를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젤랴즈코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라틴어 격언인 "Vox populi, vox dei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다)"를 인용하며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그들의 요구는 정부의 사임"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1월 취임했던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젤랴즈코프 내각은 불과 1년도 안 되어 해체하게 되었다.

불가리아는 2007년 EU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 중 최악의 부패 국가로 꼽혀왔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불가리아는 최근 몇 년간 고위직 부패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EU 집행위원회로부터 법치주의 기록에 대한 반복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시위는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 계획이 부패한 정치인들의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촉발되었다.
수도 소피아와 다른 도시들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시위대는 주로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직적으로 결집했다. 시위 현장에는 'Z세대 대 부패(Gen Z vs. Corruption)' 등의 구호 외에도 정치인을 조롱하는 밈(meme·유행 콘텐츠)과 영상이 등장했으며, "여자친구와 시위 데이트를 하라"는 유행성 문구가 등장해 젊은 층의 참여 방식을 보여주었다.이들 Z세대는 공산주의 시대(1989년 종식)나 이후의 경제 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로, 이들의 불만은 정치 엘리트의 면책 특권뿐 아니라 열악한 의료 시스템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일상 전반의 문제에까지 걸쳐 있다.
소피아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연구센터 소속 마틴 블라디미로프는 "이번 시위는 젊은 세대에게서 권력을 사유화해온 기득권 엘리트에게 맞설 충분한 시민적 에너지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부 붕괴로 인해 불가리아는 4년 만에 7번째 의회 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가리아는 당장 내년 1월 1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가입을 앞두고 있지만, 정치적 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총선에서 독자적인 정당을 창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루멘 라데프 대통령이 유력한 수혜자로 꼽힌다. 라데프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인 입장을 자주 내비치는 등 친러 성향을 보여온 인물로, 그의 부상은 불가리아의 지정학적 구도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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