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OTT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가 '해리포터', '베트맨', '왕좌의 게임' 등과 같은 유수 지식재산(IP)을 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토종 OTT 위기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 넷플릭스, 102년 역사의 할리우드 워너브라더스 추진
넷플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 영화 및 TV 스튜디오, HBO 맥스, HBO를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약 121조원 규모의 이번 거래는 내년 3분기 워너브라더스의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부인 디스커버리 글로벌의 기업 분리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품을 땐,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물론, 콘텐츠 제작까지 압도적인 위치에 올라가게 된다. 워너브라더스는 102년 역사를 가진 곳으로, 글로벌 콘텐츠 역사에 길이 남을 다수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핵심 IP가 '해리포터' 시리즈와 HBO 명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 DC유니버스 '베트맨'과 드라마 '프렌즈' 등이다.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 들어가게 된다면,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넷플릭스는 OTT 업계에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넷플릭스의 월 이용자(MAU)는 1444만명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의 로버트 피시먼 애널리스트도 "넷플릭스는 그동안 다세대가 모두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콘텐트를 보유하지 못했었다"라며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이런 넷플릭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토종 OTT의 위기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대 공룡 기업에서 최대 IP를 보유하게 되다보니, 토종 OTT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콘텐츠 제작시 캐스팅과 제작, 규모 등이 플래폼인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다. 미국 자본 규모를 국내에서는 따라갈 수가 없다보니, 대작들 역시 넷플릭스로 향하고 있다.
◆ 위기의 토종 OTT…"합병 및 전략적 제휴 관계가 필요"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최초 오리지널인 '킹덤'을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등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넷플릭스 내 K콘텐츠의 입지가 넓어졌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분석업체 암페어가 지난 4월 내놓은 집계를 보면 2023년 1분기~2024년 2분기 넷플릭스 전체 시청시간에서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 수준으로 영국(7%), 일본(4%)을 제치고 미국(약 5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K콘텐츠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하던 넷플릭스와 달리, 토종 OTT는 자본력, 글로벌 유통망에 밀려 K콘텐츠 제작 대신 스포츠 중계로 시선을 돌리며 신규 가입자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단독 생존에 어려움을 느낀 국내 플랫폼은 인수합병을 새로운 카드로 꺼내들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된다면, MAU(Monthly Active Users)로 봤을 때 국내 1위 플랫폼이 된다. 현재 넷플릭스에 이어 2위는 쿠팡플레이(819만명)이다. 그리고 티빙이 779만명으로 2위, 웨이브가 408만명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서장호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본부장이 콘텐츠웨이브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합병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플랫폼의 합병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여기에 복병도 있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이에 반대하면서 절차가 2년 동안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티빙은 디즈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디즈니+내 티빙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 3자 OTT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18일 디즈니+와 손잡고 한 번의 구독으로 티빙과 디즈니+, 웨이브 3개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3팩(PACK)'을 출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디즈니+도 이번 파트너십으로 티빙, 웨이브까지 이용 가능한 번들 요금제를 출시했다.
티빙, 웨이브, 디즈니+가 합세해 넷플릭스를 대항하겠다는 의미지만, 토종 OTT 자체로서의 입지를 키워야 하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스핌을 통해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플랫폼으로서는 더욱 지배적이 될 것이고 콘텐츠도 독점하게 될 수밖에 없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토종 OTT의 입지는 지금보다 줄어들고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렇기 않기 위해서는 토종 OTT의 합병이 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티빙이 디즈니+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했는데, 입지를 넓히고 공룡 기업에 맞서려면 디즈니+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