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대신 '시장 확률' 본다…연준 금리·영화 흥행까지 베팅 대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스포츠·정치·대중문화 등 각종 이벤트 결과에 돈을 거는 이른바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이 지난 2년간 130배 가까이 몸집을 불리며 월가와 규제 당국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듄(Dune)과 크립토 마켓메이커 키록(Keyrock)에 따르면, 폴리마켓(Polymarket)·칼시(Kalshi) 등 주요 온라인 예측 시장 플랫폼에서 이뤄진 월간 베팅 규모는 2024년 초 1억 달러(약 1,300억 원) 미만에서 올해 11월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예측 시장은 물가 지표 발표, 주요 스포츠 경기, 미국 상원 선거 결과 등 공공 이벤트의 결과를 두고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s)' 형태로 베팅을 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폴리마켓과 칼시는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최근 수개월 새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금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칼시는 패러다임, 세쿼이아,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 캐피털G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11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폴리마켓에 최대 20억 달러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회사 가치를 80억 달러 수준으로 책정했다.
미국 내 상당수 주에서 스포츠 베팅이 불법인 가운데, 예측 시장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상품이 도박이 아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감독을 받는 '금융 계약'이라고 주장해 왔다.
예측 시장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진 계기는 2024년 미 대선이다. 당시 여론조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박빙 승부로 예상한 것과 달리, 폴리마켓 등 예측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압승 가능성'에 베팅 자금이 몰리면서 결과를 더 정확히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동안 거래량에서 폴리마켓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 칼시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두 회사는 현재 비슷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두 플랫폼을 합친 지난달 베팅 규모는 약 90억 달러로 집계됐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 확장 움직임도 빨라졌다. 한동안 미국 내 서비스 제공이 금지됐던 폴리마켓은 지난달 CFTC로부터 중개사를 통한 간접 제공과 직거래 서비스 모두에 대해 인가를 받으며 규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
양사는 스포츠 리그와 언론사 등과의 제휴 발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구글 파이낸스는 두 플랫폼의 베팅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확률'을 화면에 띄우고 있으며, 칼시는 CNN·CNBC 등 주요 미디어와 손잡고 관련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듄·키록 보고서는 칼시 플랫폼에서 스포츠 베팅 비중이 다른 카테고리를 크게 상회하는 반면, 폴리마켓은 스포츠와 정치 분야 베팅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 지표·통화정책 등을 둘러싼 '경제 이벤트 베팅'도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칼시에서는 내년 1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80%라는 확률로 거래되고 있다.
플랫폼별로는 영화·날씨·SNS 활동량 등 이색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칼시에서는 최신 '아바타' 영화의 로튼토마토 평점이나 뉴욕시에 내릴 적설량에 대한 베팅이 가능하며, 폴리마켓에서는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 우승자, 일론 머스크의 SNS 'X'(옛 트위터) 주간 게시물 수 등에 돈을 걸 수 있다.
다만 예측 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비판론자들은 사실상 도박 성격이 강한 베팅이 광범위하게 허용될 경우 중독·투기 과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지지론자들은 "실제 돈이 걸린 시장 가격이야말로 여론조사보다 정교한 '시장 기반 확률'"이라며, 정책 결정과 리스크 관리에 참고할 만한 정보라고 맞서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