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추진 중인 대규모 제련소 건설이 기존 비철금속·자원순환 사업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핵심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투자와 정책 지원이 더해지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핵심광물 확보라는 전략적 의미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17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미국 제련소는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부터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과 반도체용 황산까지 총 13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정부가 2025년 개정한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이식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Pedalpoint)와의 연계 효과가 핵심으로 꼽힌다. 페달포인트는 PCB 스크랩과 유휴 IT 자산 등 전자폐기물 처리와 함께 태양광 폐패널·웨이퍼, 폐배터리 등 이차원료 조달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비철금속 트레이딩 자회사 캐터맨(Kataman)을 통한 동 스크랩 확보까지 더해지면서 원료 조달부터 제련·판매로 이어지는 자원순환 밸류체인이 미국 내에서 완성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제련소의 안정적 가동과 중장기 매출 확대를 동시에 뒷받침할 기반으로 평가된다.
동 생산능력 확대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려아연의 연간 동 생산능력은 현재 3만1000톤에서 2028년 15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6년 온산제련소 동 건식 제련설비 가동과 2029년 미국 제련소의 동 제품 상업 생산이 맞물리면 생산능력은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
북미와 남미의 풍부한 천연자원, 세계 최대 수준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도시광산을 활용해 고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국내 온산제련소로도 공급함으로써 한미 사업 간 상호 시너지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JP모건체이스와 미국 정부가 74억 달러 규모의 고려아연 테네시 제련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가 중국이 지배해온 핵심광물 공급 구조 속에서 고려아연을 '국가안보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게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한국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핵심광물 분야 최대 투자 중 하나로 소개하며, 미국 산업정책과 국가안보에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제련소가 미국 정부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전자제품과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과 미국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흐름의 상징적 사례로 이번 투자를 조명했다.
백악관 역시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아연 제련소 건설은 없었다"며 고려아연 투자가 미국의 핵심광물 해외 의존을 줄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는 자원순환 사업 거점인 페달포인트와 시너지를 발휘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라며 "미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선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고려아연을 사실상 인정한 만큼,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중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