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7개국, 팍스 실리카 선언 공동 서명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체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원자력과 에너지를 포괄한 거대 경제안보 블록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원자력'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양자 협의를 강조해 주목된다.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17일(현지시간) 외신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AI 시대의 핵심 자산은 컴퓨팅 파워(Compute)와 실리카(반도체 핵심소재), 그리고 에너지"라며 "이를 한국 등 7개 핵심 파트너국과 함께 21세기의 '산업 철도(Rails)'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헬버그 차관은 또 지난 12일 열린 팍스 실리카 서밋 직전, 한국 측과 별도의 양자 경제 대화를 갖고 에너지와 원자력 협력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의 전력 수요 지원을 위해 원자력뿐 아니라 천연가스 등 비원자력 분야까지 폭넓은 추진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대규모 에너지 공급망을 한미가 함께 구축해 나갈 의향을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글로벌 공급망에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s of Failure, SPOF)'이 산재해 있다"며 "공동 프로젝트와 정보 공유를 통해 이 리스크를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광물과 제조 공정을 무기화해 온 중국 중심 공급망에서 구조적으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AI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들과 구성한 것으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가 참여했다. 지난 12일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첫 회의에서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7개국이 합의 사항을 반영한 '팍스 실리카'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팍스 실리카는 선언적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프로젝트 중심의 '실행 단계'로 진입했다"며 "정책 연계와 인프라 투자, 공동 벤처 설립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는 별개의 트랙으로 팍스 실리카만의 공급망 안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헬버그 차관은 "팍스 실리카와 경제 안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보편적 자유무역의 시대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간의 '산업 부흥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