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변이었다. 직전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선이 상수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전국을 돌며 당원, 국민과 만난 김 전 장관의 인지도를 넘을 인물은 없었다. 당의 모든 조직도 김 전 장관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그렇기에 0.54%p(2367표) 차이로 김 전 장관을 꺾고 당선증을 거머쥔 장동혁 대표의 승리는 변수였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보다 앞섰다. 장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김 전 장관을 이겼다. 당심(선거인단)과 민심(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80:20이었기에, 장 대표는 결국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 전 장관의 패인으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친한(친한동훈)계와의 연대 표명이 꼽혔다. 정치공학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한 전 대표를 향한 당심이 부정적이었기에, 양자택일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당원들이 장 대표에게 향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었다. 장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당원이 주인인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했다.
약 100일 동안 장 대표가 보여준 건 사실 많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몇 번의 장외투쟁, 몇 번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만이 기억에 아른거린다. 이재명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었지만 공염불에 그쳤고, 특검 정국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외친 발언은 당의 외연확장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당내 물음은 장 대표의 입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장 대표는 당대표 후보 때부터 꾸준히 윤 전 대통령 면회를 언급했고, 당원 중심을 강조했다. "내부 총질세력"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도 밝혔다. 그런 장 대표를 당원과 국민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투표로 선택했다. 불과 4개월 전이다.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은 책임이다. 김 전 장관이 아닌 장 대표를 뽑은 당원·국민도, 이들로부터 선출된 장 대표의 모든 언행도 모두 선택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다만 그 시기가 올해는 아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내년 6월 3일이다. 식물의 생육을 위해 가지를 고르는 일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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