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도 사상 최고...1979년 이후 최고의 한 해 전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22일(현지시각)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가격도 함께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국제유가는 2%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2월물은 1.9% 오른 온스당 4,46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4,441.9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한국시간 기준 23일 오전 3시 53분 기준 온스당 4,434.26달러로 2.2% 상승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제재 대상에 오른 베네수엘라로 출입하는 모든 유조선에 대해 '봉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니모머니의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미·베네수엘라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며 "최근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 바로 아래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는데, 연휴로 거래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강세적 조정 이후 전형적인 모멘텀 상향 돌파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금 강세론자들의 명확한 목표는 내년 5,000달러 선"이라고 덧붙였다.
금값에 우호적인 또 다른 요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초 제롬 파월 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대체할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CNBC는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금리 인하 압박에 부합하는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은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강세를 보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69% 이상 급등했는데, 이는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이다. 중앙은행들의 강한 매수, 안전자산 수요, 그리고 낮은 금리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은 현물 가격은 1.9% 오른 온스당 68.40달러에 거래됐으며, 장중 한때 69.4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36% 이상 급등했다.
맥쿼리 전략가들은 최근 은 가격의 고점 배경으로 지속적인 공급 부족과 인도의 축제 시즌을 전후한 수입 수요 증가를 지목했다. 이들은 2026년 은 평균 가격을 온스당 57달러로 예상했다.
한편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소폭 하락해,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금 가격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저렴해지는 효과를 냈다.
유가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선박 차단 조치로 인해 2% 넘게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2월물은 배럴당 61.94달러로 2.4% 상승했으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은 2.4% 오른 배럴당 57.89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관련 유조선 2척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고, 국영 에너지 회사 PDVSA가 사이버 공격에서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날 베네수엘라의 유조선 선적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이번 선박 차단 조치는 2020년 미 재무부가 러시아 로스네프트(Rosneft)의 자회사 두 곳을 포함해 PDVSA의 옛 원유 트레이딩 계열사들에 제재를 가한 이후 PDVSA가 받은 가장 큰 타격으로 평가된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위험을 과소평가해왔지만, 미국의 금수 조치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전 세계 공급의 약 1%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토요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유조선을 차단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타국의 선박을 압류한 것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라고 월요일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선박과 항만 시설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점도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러시아 지방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크라스노다르 지역 흑해 연안에서 선박 2척과 부두 2곳이 손상됐고, 인근 마을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흑해 지역은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연휴로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악화되는 원유 수급 펀더멘털과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맞서는 구도가 이어지며 이번 주 유가는 추가적인 횡보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