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압박 속 단속 홍보 성과 높이려 사실관계는 뒷전
현대차 조지아 공장 급습 영상 공개도 비슷한 양상인 듯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소셜미디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이민자 체포 영상을 의도적으로 편집하고, 실제 위험도와는 다른 이미지를 부각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9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급습 작전 역시 이러한 자극적 '바이럴 전략'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It's a war(전쟁이다)'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에서 ICE 공보팀 내부 채팅 수천 건을 입수·분석한 결과, ICE가 대규모 이민자 추방 작전을 정당화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인플루언서식 홍보 영상을 쏟아내는 '미디어 머신'으로 변모했다고 폭로했다. '이민국 홍보 기계의 민낯(Inside ICE's media machine)' 부제의 기사는 ICE가 백악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극적인 체포 및 충돌 영상을 양산해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10월 휴스턴에서 진행된 야간 체포 작전의 경우 당시 ICE 영상 제작팀은 요원들이 불법 체류 혐의자 120여 명을 검거하는 장면을 긴박하게 촬영해 내부 채팅방에 공유하며 '금광(Gold mine)'을 발견했다고 환호했다. 체포된 이민자들을 일종의 '콘텐츠 소재'로 취급한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공보팀은 이들을 '최악 중의 최악(Worst of the Worst)'으 포장해 홍보하려 했지만, 실제 체포된 이들 중 강력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거나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채팅 기록에 따르면 공보팀원들은 이런 점이 드러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해 토론 끝에 프레임을 바꿨고, 결국 이들을 '도로 위의 위험한 불법 체류자들'이라고 묘사하는 캡션을 달아 영상의 자극성은 유지하되 슬로건을 조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WP는 백악관 측이 ICE 공보팀에 직접 연락해 소셜 미디어용 영상을 더 많이 제작할 것을 요구했으며, 대규모 추방 정책이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는 필수 조치'로 보이도록 연출하라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CE 공보팀은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경음악을 세심히 고르고, 가장 극적인 체포 순간을 중심으로 편집하는 데 공을 들였으며, 내부 메시지에는 작전을 '전쟁'에 비유하며 홍보 성과를 위해 사실관계는 뒷전으로 미루는 듯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행태는 지난 9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단속과도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이민 당국은 무장 요원들이 현장을 급습해 노동자들을 줄 세워 연행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신속히 공개하며 '역대 최대 규모' 단속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WP의 폭로로 당시 현장의 공포 분위기 조성과 즉각적인 영상 배포 역시 철저히 계산된 '바이럴 전략'이었다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