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라 금액 측면에서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무역협상을 타결했을 때 EU가 향후 3년 간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에너지를 수입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지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FT는 이날 보도에서 "지난 4개월 동안 EU의 미국산 석유와 LNG 수입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 줄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케이플러(Kpler) 추산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EU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은 296억 달러였다.
길리언 보카라 케이플러 수석 디렉터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무역 합의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거의 촉진하지 못한다"며 "에너지 구매는 정치적 약속이 아니라 운송비와 마진 등 경제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EU 간 에너지 구매 약속은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량이 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LNG의 경우 올해 미국산 LNG 수입량은 총 7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의 450억㎥보다 55.6%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금액이라는 측면이다.
통상 EU의 연간 미국산 에너지 수입액은 737억 달러 수준이다. 2026~2028년 7500억 달러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충족하기 해 필요한 금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가격 평가업체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는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전량 미국산 LNG로 대체하더라도 그 금액은 향후 3년간 약 290억 달러 정도에 그친다"며 "이는 양자 합의에서 요구되는 금액의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U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제 가스 가격이 2028년까지 mmbtu당 37.3 달러로 현재 가격의 거의 4배 수준으로 폭등해야 하지만 이 또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나리오이다.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현재 LNG 현물 가격은 약 10 달러 수준이며 2028년 선물 가격은 8.2 달러에 그치고 있다.
가스 가격이 마지막으로 mmbtu당 37.3달러에 도달한 것은 2022년 12월이었다. 당시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LNG 가격과 EU의 구매가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카타르, 캐나다 등이 생산을 늘릴 계획인 만큼 향후 공급 과잉과 추가 가스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가능성도 시장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한 전직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7월의 미국·EU 합의는 2029년 1월 임기가 끝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