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도 "경찰 책임론 이해하나, 쿠팡 자료 신뢰성 의문"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이 자체적으로 피의자에게 접촉해 증거물을 확보한 것에 대해 쿠팡의 수사 방해와 경찰의 책임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이 피의자의 증거물을 확보한 만큼, 이는 경찰 수사 방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5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경찰과 협의된 부분은 없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자료 제출과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은 건 없고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사전에 통보 받은 사실도 없다"며 "쿠팡이 허위·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혐의 여부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앞선 발표에서 지난 21일 노트북 등 증거물을 포렌식한 뒤 분석한 후 경찰에 임의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경찰과 협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피의자에 접촉한 점이나 잠수부를 동원해 노트북을 임의 회수한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
이에 쿠팡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내부 유출 직원에 대해 연락도 되고 위치도 아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경찰과 협조가 안 됐다"며 "경찰 수사가 늦었다기 보다는 쿠팡이 경찰 수사를 왜곡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쿠팡의 자체 디지털 포렌식도 증거의 무결성을 위반하고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공권력에 맞서고 있는 행태로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쿠팡이 자체적인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것은 글로벌 업체를 동원해 빠르게 했다고 하지만 증거로 볼 수 있는지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중요 증거물인데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준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이 제출한 증거 등에 대해 경찰이 법적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 수사에 대한 원론적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경찰이 제 때,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쿠팡이 피의자를 특정해 연락하고 진술서를 확보하는 동안 경찰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쿠팡이 수사기관과 협조 없이 피의자와 증거에 먼저 접근해 증거물의 무결성이 침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황 교수는 "경찰 입장에서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면 압수수색이나 신병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쿠팡 관계자가 피의자를 만나고 노트북을 확보한 것은 수사 방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쿠팡이 강에서 노트북을 꺼낼 정도로 자체 조사를 하는 것을 두고 국민들이 '수사기관은 뭘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임의로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든지 증거 오염이나 은폐의 우려도 있어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쿠팡이 임의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증거가 유실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rig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