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에서 화폐 가치 급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시위대와 치안 당국 간 충돌로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년 사이 이란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경제 관련 항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1일(현지시간) 이란혁명수비대(IRGC) 연계 반관영 매체인 파르스 통신은 서부 로레스탄주에서 경찰서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파르스는 "시위대가 이날 오후 6시께 경찰 본부에 진입해 경찰과 충돌했고, 경찰 차량 여러 대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앞서 파르스 통신과 쿠르드계 인권단체 헹가우(Hengaw)는 차하르마할·바흐티아리주 로르데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서부 쿠흐다시트에서 1명이 숨졌다고 확인했으며, 헹가우는 중부 이스파한주에서도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쿠흐다시트에서 이슬람 공화국 수호 자원 민병대인 바시지(Basij) 소속 대원 1명이 시위 과정에서 돌에 맞아 숨졌고, 이밖에 대원 1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는 총 6명으로 집계된다.
이번 시위는 학생들과 상인, 소상공인들이 일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격한 환율 하락과 물가 급등에 대한 정부 대응에 항의하며 시작됐고, 이후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본격적인 시위는 이날로 닷새째를 맞았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파를 이유로 전국 대부분 지역을 공휴일로 지정하며 사실상 '셧다운' 조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활동가 매체 HRANA는 남부 파르스주 마르브다슈트에서도 1일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으며, 헹가우는 전날 케르만샤, 후제스탄, 하마단 등 서부 지역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된 경제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란 경제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수년째 압박을 받아왔으며, 지난해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공식 통계상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율은 42.5%에 달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이란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64.2%에 달해 남수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 리알화는 6월 이스라엘과의 충돌 이후 약 60%의 가치를 잃었다.
고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 제재 장기화가 맞물리며 사회적 불만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력 사태가 정권으로 하여금 시위대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경제 위기와 맞물려 국가의 탄압도 강화되는 추세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 기록 단체인 압도르라흐만 보루만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에서 처형된 인원은 1,870명을 넘어 전년의 약 두 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1일 이후로만 490명 이상이 처형돼, 2021년 한 해 동안의 처형자 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궁핍과 정치적 억압이 동시에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시위가 이란 사회의 또 다른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