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정체와 저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일본 경제가 2026년 과거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역동적이고 놀라운 반전들이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펼쳐지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록적인 오피스 공급이 위기가 아닌 시장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치솟는 주택 가격이 오히려 특정 시장을 견고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등 기존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역설적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역설은 후쿠오카와 나고야에서 나타나는 '공급 폭탄'의 수용 양상입니다. 후쿠오카의 '텐진 빅뱅' 프로젝트와 나고야의 막대한 A급 오피스 공급은 경제학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공실률 급등과 시장 붕괴를 초래해야 마땅합니다. 나고야만 해도 기존 A급 오피스 재고의 13%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2028년까지 후쿠오카의 공실률 상승폭이 0.8%포인트에 그치고, 나고야 역시 2027년 1분기 2.8%까지 일시 상승 후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 거대한 물량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 속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오피스를 바라보는 '질적 향상' 수요가 자리합니다. 기업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낡은 빌딩을 떠나 최신 설비와 쾌적한 환경을 갖춘 신축 빌딩으로 몰려들면서, 엄청난 공급이 오히려 시장의 활력을 증명하는 축복이 된 셈입니다. 이는 최신식 대형 쇼핑몰이 새로 오픈하면 주변에 작은 가게들이 많아도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을 찾아 그곳으로 몰려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주거 시장 역시 도쿄를 중심으로 독특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1천만 엔을 돌파하며 일반적인 소득으로는 넘볼 수 없는 극단적 가격 장벽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높아진 사다리'는 역설적으로 '넓어진 그물망'인 프리미엄 임대 시장을 창출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고소득 전문직과 맞벌이 부부들이 쾌적한 고품질 임대 주택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과열된 분양 시장이 오히려 안정적이고 탄탄한 임대 수요층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재택근무 확산과 실질 임금 상승이 더해지며, 이들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적극 찾고 있습니다.
금융 환경의 변화 또한 투자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을 고했습니다. 과거 일본 부동산 투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조달 금리와 임대 수익률 차이로 수익을 내는 '금리 차익'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은 완전히 폐기되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임대료 성장'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이동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실질적인 소득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산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일본 경제가 마침내 디플레이션 늪에서 벗어나 임대차 계약에 소비자물가지수 연동 조항 포함이 가능해진 덕분입니다.
이러한 전환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확신은 실제 대규모 투자로 증명됩니다. 블랙스톤은 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1,000억 엔이 넘는 금액으로 'Tokyo C-NX' 물류 시설을 인수했으며, KKR과 PAG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를 포함한 삿포로 홀딩스의 부동산 자산을 약 30억 달러에 인수하는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정교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제 일본의 금리가 아닌 펀더멘털에 베팅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후쿠오카와 나고야가 공급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2025년 4분기 공급을 마지막으로 2026년부터 2028년 말까지 3년간 신규 A급 오피스 공급이 전무한 '공급 절벽'에 직면하며 임대료 상승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부동산 시장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아닌 지역별로 전혀 다른 공급 사이클과 시장 동학을 가지며, 자산별로 특화된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잡한 지형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은 바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사무실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있습니다. 최고 인재 유치와 기존 직원 이탈 방지를 위해 교통 편리하고 편의시설 완비된 최고급 오피스 확보 경쟁을 벌이며, 이러한 구조적 수요가 도쿄 도심 5구 A급 오피스 공실률을 0.9%라는 사실상 만실 상태로 유지하는 근본 힘입니다. 결국 빌딩의 가치는 물리적 속성을 넘어 '인재 확보 전쟁'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2026년 일본 부동산 시장이 보여주는 이러한 역동성은 과거 '잃어버린 30년'을 지배했던 금융공학적 접근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공급 과잉이 성장의 기회가 되고 금리 인상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이 기묘한 풍경은 일본 부동산이 마침내 긴 잠에서 깨어나 임대료 성장, 인구 구조 변화, 인재 확보라는 본질적 펀더멘털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구조적인 선순환으로 안착하여 완연한 회복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불확실성을 향한 일시적 과도기에 그칠지는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나침반을 들고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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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PMC 김용남 대표이사는 중소형 빌딩 자산관리 분야에서 차별화된 전문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글로벌PMC를 설립한 김 대표는 지난 20년간 빌딩 매입부터 관리, 매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구축하며 시장을 개척해왔다. 부동산학 박사(PhD)이자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분석사(CCIM), 영국 감정평가사(FRICS) 등 국제 자격을 두루 갖춘 최고 전문가다. 한국CCIM협회 및 한국부동산자산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울경기부동산자산관리조합 이사장과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전문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PMC는 세계적인 부동산 네트워크 'CORFAC International'의 유일한 한국 파트너로서 미국, 일본, UAE 등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