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역량' 확산 뚜렷..."금융+기술" 필수
AI 역량 뛰어나면 연봉 1억부터 시작하기도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AI(인공지능)가 공채 지원자 성향을 알아보고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 같아요. 전략게임 같은 것들이 있는데, 사전에 연습한다고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한 대형 증권사에서 실시한 AI 역량면접을 본 지원자가 개인 블로그에 이 같은 후기를 남겼다. 해당 증권사는 지난 해부터 온라인을 통한 'AI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IB) 등 10개 직무 지원자를 대상으로 역량검사와 바이오데이터 평가를 실시했다. IT 직군의 경우 온라인으로 코딩테스트를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증권가 채용 시장에 불어온 AI 바람이 인재 선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전산 인력을 넘어, AI·데이터·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금융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흐름이 채용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9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평가 도입, IT·데이터 역량 우대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반영한 채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관련 준비가 진행돼 왔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와 범위가 한층 넓어지는 양상이다.

KB증권은 지난 해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역량검사'를 도입했다. KB증권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라며 "특정 기업만의 실험이라기보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활용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AI·IT 관련 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우대 조건도 명시했다. 정보처리기사, 빅데이터분석기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DP 등 관련 자격증이 대상이다. 특히 IT 부문 지원자의 경우 Java, C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롯해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 등 컴퓨팅 기술 보유 여부를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대졸 공채에서 처음 'AI 면접'을 도입했다. 사내 AI 담당자들과의 1대1 심층 면접을 통해,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역량과 사고 방식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키움증권은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AI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는 내부 업무를 넘어 고객 대상으로도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을 9명 규모로 구성했다.
증권사 전반에서 IT·디지털 역량을 강조하는 채용 기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부터 AI·디지털 분야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연봉 1억원 이상'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기술과 금융을 동시에 이해하는 고급 인력을 확보해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특히 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고도화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16일 상반기 공개채용을 알렸는데, 'AI 부문' 채용연계형 인턴이다. 이경민 교보증권 인사지원실장은 "IT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금융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갈 인재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스증권 역시 AI·IT 인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상시 채용을 통해 관련 인재 확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투자의 힘을 모두에게'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AI 인재 확보는 핵심 과제"라며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IT 투자와 인력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유안타증권은 수시 채용을 중심으로 AI와 STO 관련 인력을 단계적으로 보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토큰증권 시장 확대와 함께, 해당 분야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억대 연봉을 내걸고 전문 인재 영입에 나서는 것은 디지털 자산과 AI를 단기 유행이 아닌 핵심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증권사 채용 시장에서도 '금융+기술' 융합 역량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ycy1486@newspim.com












